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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운영-마음흔들기) 난 소중한 사람이야!!

티쳐준호 2009. 2. 9. 15:28

 

 

 너희 모두는 소중하단다.

그래서 너희 모두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단다.

오늘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좋겠구나.. ^^

 

 

난 소중한 사람이야!!

 

'해'의 연수 마지막 날, 난 내 장점 100가지를 쓸 기회를 얻게 됐다.

이 활동을 통해 내 자신의 존재가치가 상승되는 기분이었는데,

이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3교시 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A4용지를 한 장씩 나눠주고 자신의 장점 세 가지를 써 보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50가지를 써 보게 하고..

나중엔 100가지 채워보게 했다.

 

 

반 아이들은 처음엔 자신있다는 듯 시작했지만

나중엔 머리를 쥐어 짜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생님이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해 보라고 했겠지? 힘들겠지만 장점을 찾아보렴."

사소한 것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말고 찾아보게 했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무척 힘들어 했다.

아이들 표현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라고 했는데..

간단한 예를 몇 개 들어 주면서 쉽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  

 

 

 

 

거의 수업 한 시간이 지나갈 무렵에야 조금씩 100개를 채워가는 아이들이 생겼다.

그리고 해방됐다는 듯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

예상했던대로.. 20여개도 못 채우고 끙끙대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자신들이 쓴 장점들을 친구들과 돌려 읽어 봤다.

서로 웃고, 때론 부끄러워 하면서 자신들의 장점을 읽었고.

상대방의 장점 모두를 인정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 장점 100가지

 

1. 그림을 잘 그린다.   2. 글을 잘 쓰는 편이다.   3. 옷을 깔끔하게 입는다.  4. 한다면 하는 편이다.

5. 강아지를 키울 줄 안다.   6.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7. 글씨를 예쁘게 쓰는 편이다.

8. 힘이 센 편이다.   9. 키가 적당한 편이다.   10. 담력이 센 편이다.   11. TV광고와 프로그램을 잘 외우고 있다.

12. 욕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13.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모두 알고 있다.   14. 건강하다.

15. 아직 젊다.    16. 음식을 잘 먹는다.    17. 상상력이 풍부하다.   18. 만화를 잘 고른다.

19. 혼자 버스를 탈 수 있다.   20. 고기보다는 야채를 좋아한다.

21. 영화를 보다 슬프면 눈물을 흘릴 수 있다.   22. 난 컴퓨터 중독이 아니다.   23. 청소를 잘 하는 편이다.

.

.

중략

  

 

 눈에 띄는 예

 

- 난 학교를 땡땡이 깐 적이 없다.   - 실내화 하나로 1년 버텼다.
- 남들에 비해 욕을 좀 잘 하고, 손이 맵다.   - 하루에 문자를 100통 이상 보낼 수 있다.
-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가 70개가 넘는다.   - 난 배우기 어려운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 난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 난 우리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다.   - 난 매일 밤 창피한 짓이 떠오른다.
- 난 엄마에게 휴대폰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 난 서준호 선생님 반이다.
- 난 꽃남 본방 사수 꼭 할 수 있다.   - 난 형부가 있다  - 난 언제나 태극기를 똑바로 그릴 수 있다.
- 난 우리 반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등..

 

아이들의 글을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도 보였다.

 

그래서 왜 이런 활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게 했다.

"선생님은 왜 장점 100가지를 써 보게 했을까?"

 

자신에 대한 불만과 소극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길 바랬다.

아이들의 소감을 보니 알아차린 아이들도 꽤 있었고,

그 소감을 읽어주며, 따뜻함을 키웠다.

 

반 아이들의 소감

 

- 내 장점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장점이 없는 친구들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장점이라도 있다. (소령)

 

- 처음엔 선생님이 장점 100개를 쓰라고 하셨을 땐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다 쓰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희)

 

- 평소 난 소중하다’라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보은)

 

- 내가 썼던 여러 장점들 가운데 컴퓨터 자격증과 관련된 게 5개였다.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규식)

 

-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장점이라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지윤)

 

 

마지막으로 100가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밑줄을 긋고,

왜 골랐는지 이유를 써 보게 했다.

 

 

 

내가 '해'에서 받았던 따뜻함이 아이들 가슴에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생각한 것 처럼, 난 소중하다는 것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고 세상 살아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