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아이들
장마철이 됐다.
학교에서 창 밖을 볼때면 어렸을 때 빗속에서 놀던 추억이 떠오른다.
맨발로 운동장에서 함정을 만들고, 배수로를 만들고, 물길에 배를 띄웠던 기억들.. ^^
이 경험을 토대로 '맨발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살레시오초 제자들과 마음흔들기 시간을 보냈었다.
반 아이들과 빗물 위를 걸었던 추억은 정말 컸었다.
어등초 반 아이들에게 맨발로 고여있는 빗물과 함께 놀아본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맨발로 비오는 날 놀아보는 것도 큰 추억인데...
도시의 아이들은 거의 비슷한 듯 하다.
수건을 사물함에 준비시키고, 활동의 의미를 알려줬다.
우리가 조금씩 잊고 살아가는 자연 속의 체험과, 학교에서 노는 방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길 바랬다.
반 아이들은 며칠 동안 창 밖을 보며 가슴을 두근거렸다.
아마 내 입에서 "운동장으로!"라는 말이 나오기만 기다렸을 것이다. ^^
마침 비가 멈췄다.
운동장엔 빗물이 고여 있었고, 방학 전이라 교과 진도는 모두 다 끝난터라 부담없겠다는 새각이 들었다.
"자, 모두 운동장으로!!!"
교실에 즐거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필로티에 모여 양말을 벗고 실내화도 한 쪽에 고이 모셔두고,
운동장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꺄~" 아이들의 비명소리.
"이건 지압이야!" 라는 아이들.
정말 처음 느껴보는 건가?
처음엔 조심스럽게 물웅덩이로 발을 뻗는 아이들.
나중엔 즐겁게 고인 물에서 노는 아이들.비가 한참 온 뒤라 그런지 운동장도 평소보다 깨끗한 듯 했고..
아이들도 손과 발에 흙탕물이 묻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갔다.
함정만들기와 배수로 만들기가 재미있는 듯 여러 아이들이 땅을 파고,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 발을 넣어 보라는 등 조금씩 놀이를 각자 만들어 갔다. ^^
보기 좋다~~~~
가끔은 시골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자연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을 텐데..
물고기도 잡고, 별도 보고, 돌탑도 쌓고.. ^^
(모기는 빼고...)
어찌됐든.. 반 아이들에게 '마음흔들기'라는 이름으로 생각거리를 주고 싶었다.
운동장에서 맨발로, 고여있는 물과 함께 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닌데..
우린 왜 특별한 감정이 들고, 어색하면서 소중한 추억이 되는지 생각해 보게 했다.
도시 속의 우리들의 모습을 잠깐 되돌아 보길 바랬다.
예전엔 캠코더를 반 아이들에게 맡겼는데..
이번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수업할 때 옆에서 기록을 해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ㅡㅜ)
사진도 그리 많이 찍진 못했지만 점프샷을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셔터를 눌러줬다.
찰칵, 찰칵, 찰칵.. ^^
사진과 영상은 추억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일이 많아 방학이 한참 지나서야 영상을 만들게 됐다.
시간이 부족해 베가스나 프리미어로 손도 못대고, 윈도우무비메이커로 재빨리 휙~
집에서 가끔은 들어와 보겠지? ^^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혹시라도 몰라 열심히 씻기고 교실로 올려 보냈다.
씻는 것도 즐거워 한다.
다리 열심히 올리고, 서로 닦아 주고..
나중엔 세면대 위에 올라가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내려오는 아이들. ^^
올라갈 때 맨발이 좋다며 실내화와 양말을 들고 맨발로 올라가는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짜식들.. ^^
집에 가기 전에 간단히 소감공책에 몇 줄 쓰고 가라고 했다.
반 아이들의 소감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물 웅덩이에 발을 문지르면 기분이 좋았다. (은미)
흙으로 주먹밥도 만들고, 함정도 만들었다.
발바닥을 간질거리는 촉감이 좋다.
‘아~ 가시라도 박히면 어떡하지? 상처라도 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등 걱정이 들었다.
이건 자연산 지압이야! (진이)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다. |
역시 좋은 생각을 많이 해 줘서 흐뭇하다.
이런 생각들을 반 아이들과 공유하고,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더욱 더 즐겁다.
2학기엔 '마음흔들기'에 충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길 바라며..
자, 다음 마음흔들기 작업도 기대해 주세요. ^^
2007, 맨발의 아이들 (살레시오초 제자들과 함께)
http://blog.daum.net/teacher-junho/12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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