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피하는 학년, 아이들. 선택할 수 없이 주는 것을 받았는데 내가 담임이면 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면서 하루를 조각하면 살아봤다. 무엇보다 교실에 안정감과 평화가 자리 잡는 것이 목표였다.
한 달 지난 지금, 반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5학년 때보다 지금 더 좋아진 것은?
- 친구관계 - 선생님이 바뀌지 않는 것 - 사회 수업이 재미있는 것 -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다. - 수업이 더 재미있어졌다. - 친구들이 착해졌다. - 전체적으로 욕이 줄어들었다. - 반이 시끄럽지 않고 조금 더 조용해졌다. - 친구들이 친절해서 좋다. - 친구들이 많이 싸우지 않는다. - 욕, 놀림이 줄었다. . .
우리 선생님은..
- 친절하시다 - 똑똑하시다 - 화도 잘 안 내시고 착하다. - 놀이를 많이 하고 좋다. - 체육을 많이 하신다. - 공부를 재미있게 하신다. - 음악을 잘하시고 재미있다. - 연기를 잘하신다. - 새롭다. - 다양하다. - 친근하다. - 포근하다. - 그냥 다 좋다. - 친절하시다. -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 사회 수업을 잘한다. - 따뜻하다. - 드론촬영을 해주신다. - 사진을 예쁘게 찍어준다. - 쉬는 시간을 많이 주신다. - 재미있고 웃기다. - 학생들 의견을 잘 들어주신다. - 우리를 착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신다. - 신박하시다 - 만능캐이시다. -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 .
반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해서 다행이다. 천천히 하루를 조각해 가고 , 하루를 쌓아가면 졸업할 때 즈음.. 가장 아름다운 반이 될 거라 믿어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날 긍정적으로 바라봐줘서 좋다. 덕분에 힘이 좀 난다. 같은 아이들인데 작년과 달리 올해 잘 지내는 것은, 내가 담임이기 때문이라 생각해 보자. ^^
........
수학여행 계획을 세워 운영위 안건으로 금요일까지 올려야 하는데, 6학년 학생 모두 모여 목요일 6교시에 코스를 정했고, 활성화위원회 회의를 목요일 오후 3시에 겨우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금요일 퇴근 전에 계획서를 작성해 운영위에 올리느라 정신없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업무 때문에 눈을 학생들에게 떼어 모니터를 보면서 일을 시작하자 우리 반 특수 중 한 명이 돌발행동을 연속으로 하기 시작했다. ^^;;
이 아이 때문에 작년 많은 일이 있어서 모두 기피한 일도 있었는데, 내 교실에서 너무나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어 모두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이번처럼 돌발행동이 일어나는 타이밍을 보니 내가 업무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일 때 녀석도 안정적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 행복과 안정감이 역시 중요하다는 것..
그나저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하필 교통사고라니.. 여전히 먹먹하고, 울렁거린다.
2005년 '독도 의용수비대' 수업을 시작으로 놀이와 연극을 활용해 여러 수업을 만들어 왔습니다. 사회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반에서 수업을 바로 만들어 진행하곤 했는데요.. 이 내용을 인디 스쿨 '역사 캠프'에서 일부를 공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엔 제 반 아이들과 역사 수업했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제 '교실놀이백과239'에 소개된 놀이를 중심으로 역사 사건에 맞게 수업을 재구성하고 20년 넘게 진행됐던 제 역사 수업 사례도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풍선 놀이로 귀주 대첩을, 신문지 놀이로 임진왜란을, 손바닥 씨름으로 동학 농민 운동을, 흡혈귀를 피해라 놀이로 의병활동으로 접근해 보는 등 역사 속 내용을 놀이로 구조화했습니다. 어쩌면 교실놀이백과239의 확장판이면서 제가 어떻게 수업을 재구성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되실 듯합니다.
아무쪼록 5학년 2학기, 역사 수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되길 바라며.. 서점 출간 소식도 함께 올립니다. 꾸벅..
딸의 서평
역사책 한 권을 놀이와 연극으로 풀어낸 책을 보면서 지금 배우고 있는 한국사 내용과 똑같은 부분들이 나오면 '오, 이거 내가 배운 거다!'란 생각에 반갑게 읽었다.
학교에서 역사 수업은 패드를 이용해 빙고나 퀴즈 등을 해결하면서 배우는 방식이었는데, 이 책은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배우는 거라 수업 시간에 졸 일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온 내용을 우리 반에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역사 내용이 더 뇌에 잘 들어오고 지금처럼 역사를 어렵고 힘든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아빠 수업을 못 듣는다는 게 슬펐다. 나도 저런 즐거운 수업에 참여하면서 학교생활을 했다면 학교에 가는 날이 너무나 설레고 재미있었을 텐데 나는 그런 기회가 아예 없으니 아쉽다.
아빠의 다른 책에서 봤던 놀이가 응용되어 역사에 녹아든 모습을 보니 아빠는 놀이와 연극으로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 같기도 했다. 아빠 반 아이들은 축복받은 것이고 앞으로 만나는 아이들도 이 놀이로 역사 수업을 행복하게 받을 것 같아 좋겠다.
막대(환봉)을 나눠주고 2명씩 짝을 지었다. 내 교실놀이백과에 나온 '막대와 함께'라는 놀이를 먼저 즐기도록 했다. 그런 뒤 조금씩 막대를 더 연결해 모두가 막대로 연결된 활동으로 발전시켰다.
활동을 멈추고, 한 사람을 내 쪽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한 사람의 좋은 진동과 이동은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한 사람의 힘든 진동과 이동 또한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돌아봤다.
그리고.... 막대로 연결된 것은 우리가 맺는 관계와 같은데.. 막대가 휘어지다가 부러지는 것은 상처를 받아 부러지는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줬다. 막대라 부러지면 다시 붙일 순 있지만, 게 상처 주는 사람이나 사건을 만나면 더 쉽게 부러질 수밖에 없는 것은 부러지면서 '탄성'이 사라지기 때문임도 돌아봤다.
막대가 부러지기 전 알아차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하고 내 감정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함께 나눴다.
학생들 소감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고 힘든 친구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ㅇㅁ) *힘든 일이 있을 땐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ㅎㅎ)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진정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ㅇㅅ)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ㅈㅎ) *힘든 일이 있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말씀드려야겠다. (ㅈㅁ) *힘들 때 혼자 해결하려 했었던 게 후회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했으면 빨리 해결됐을 텐데.. (지후) *이 세상엔 나 혼자가 아니고 함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겠다. (ㅅㅈ) *사람과의 관계가 부서지면 다시 붙을 순 있지만, 탄력은 사라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ㅎㅎ) *친구와 싸우면 바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ㅅㅎ)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고, 상처를 한 번 받으면 다시 쉽게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ㅌㅁ) *너무 힘주면 부서지고, 너무 힘을 주지 않으면 놓이는데.. 사람 관계도 똑같은 것 같다. (ㅁㄱ)
초임 때, 2학년 담임이었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거의 마무리되던 겨울, 하루는 눈이 펑펑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반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고 커다란 눈사람을 함께 만들었다. 반 아이들과 함께 만들다 보니 크고 훌륭한 눈사람이 완성됐고 반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사진도 찍었었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갔는데... 잠시 뒤, 창밖을 내다보니 몇 학생이 발로 치고 빗자루로 때리며 눈사람을 박살 내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반 아이들은 몹시 슬퍼했고, 난 그 학생들에게 가서 눈사람을 파괴한 이유를 물어보자 '그냥'이란 말이 돌아왔었다. 그리고 평범한 모습의 아이들이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던 곳은 천주교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었고, 학생들에게 선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환경이었는데도 그냥 눈사람을 부수면서 낄낄대던 그 모습이 내겐 충격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선한 모습으로 출발해 나중에 악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쪽보다는 원래 악한 모습으로 태어나 조금씩 다듬어져 선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오랫동안 교사로 학생들을 관찰하다 보니 쉽게 부수고 파괴하는 모습이 일상 속에서 자주 보였다. 애써 만든 것을 한 방에 박살내거나 활동을 끝낸다는 말에 온갖 것을 찢고 부수는 모습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곤 했다.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아이들에게 있음을 인정하게 됐고, 이젠 그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쪽에 도움을 주는 것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동아리 활동 시간이 왔길래 이런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운영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했던 종이컵 2,000개 정도를 주고 쌓아보도록 했다. 어떤 방식으로 쌓으면 좋을까? 높게 쌓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역할을 어떻게 나눠볼래? 등 여러 말을 통해 15분 동안 쌓아 올려보도록 했다. 그리고 난 반 아이들을 관찰했다.
쌓다가 무너지면 탓하는 아이들이 있거나 크게 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높게 올라가자 바로 "발로 차서 무너뜨려 보고 싶다." "손으로 때려 부숴보고 싶다." 등의 말과 함께 동작이 몇 명의 아이들에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그 모든 것을 그냥 바라보면서 종이컵 쌓기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말과 행동을 관찰했다.
다 쌓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한 명씩 물어봤다. "이제 활동 마무리하고 싶은데 뭘 하고 싶니?" 그러자 몇 명은 "더 쌓아 올려보고 싶어요."라고 답을 했지만 많은 아이가 "발로 차보고 싶어요." "무너뜨려 보고 싶어요." "이곳에 뭔가 던져보고 싶어요."라고 답을 했다.
그래서 '난 너희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라고 말하고 나서...
"같은 종이컵을 주고, 같은 시간을 줬는데 이걸 대하던 것이 각자 다르더구나. 종이컵이 무너질 때 '괜찮아', '할 수 있어.' , '다시 쌓아 올려보자.'라고 말하던 학생도 있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너 때문이야!'라고 탓하던 학생도 있더구나. 이건 무슨 차이일까? 선생님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 패턴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이런 경쟁이 있고 약간의 압박이 있는 순간 사용했던 말과 행동은 너희 관계와 살아가는 여러 장소에서 비슷하게 나올 거라 생각해."
"무엇보다 선생님은 너희가 애써 쌓아 올린 이 멋진 작품을 '부수고 싶다', '발로 차고 싶다', '뭔가 던지고 싶다.'는 말에 놀랐단다. 정말 공들여 만들었지 않니? 이것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아까워하기보다 파괴하면서 순간 내게 생길 잠깐의 호기심 충족과 즐거움을 더 크게 생각하고 있더구나. 하지만 더 쌓아 올려 보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높게 쌓아보고 싶다는 답을 하던 학생이 있어서 선생님은 감동이었단다. 그래 삶을 그렇게 바라보면 참 좋겠구나."
그리고 난 과거의 눈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젠 정리할 텐데 과격하게 부수기보단 차분히 정리해보고 부수고 파괴하고 싶은 그런 마음을 이번엔 다스려보고 다독여보자고 했다. 할 수 있다면서.. ^^
그러자 정말 아름답고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서로 탓하지 않고 차분하게 종이컵을 모아 상자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세상을 살면서 파괴하고 부수고 싶다는 마음과 말보다는 '더 해보고 싶고' '아쉬워요'라는 말을 더 사용해보면서 살자고 이야기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런 소감을 남겼다.
*부숴버리고 싶었던 내 마음을 잡아봤고, 내 마음을 제어해 봐서 좋은 시간이었다. (ㅅㅈ) *탑을 쌓으면서 재미있었지만 부숴보고 싶었다. 하지만 더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보겠다. (ㅎㅈ) *내가 부수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던 작품을 부숴버리는 것보다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알게 됐다. (ㅁㅅ) *종이컵 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부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겼다. 내가 이런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는 것에 나중에 깜짝 놀랐다. (ㅎㅎ) *처음으로 부수지 않고 정리해 뿌듯하다. (ㅁㄱ) *종이컵을 쌓고 발로 차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 마음을 다독여볼 수 있었다. 탑 쌓는 건 너무 재미있었다. (ㅈㅇ)
함께 활동했던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뭔가 부수기 전에 멈칫거림이 한 번이라도 생긴다면, 무심코 했던 공든 작품 무너뜨리기를 조금 줄일 수 있길 바라며..
<대왕그림그리기>를 했습니다. 학교를 옮길 때면, 페트병으로 물을 담아 운동장 전체에 그림을 그려왔었는데요..
이번 학년 교육과정 준비하면서 <대왕그림>을 그려보자고 동학년 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덥지 않았으면 해서 5월에 페트병에 물을 담아 그리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내와 반 아이들이 그린 세월호 관련 그림
그런데 제 아내가 4월에 반 아이들과 함께 세월호 그림을 색분필로 그린 것을 보고, 저도 물을 벗어나 색분필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동학년 샘에게도 분필 그림을 제안했습니다. 5월에 그림을 그리려다 보니 반 아이들이 정한 주제가 5.18이 됐습니다.
학교 구석에 있는 족구장
학교를 몇 바퀴 돌았는데... 이 장소.. 족구장에 그리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닥 그림을 그리기 전, 큰 종이에 먼저 그려봤습니다.
동학년 샘과 함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 반을 2팀으로 나누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습니다. 반 아이들이 머리를 모아 디자인을 정하고, 4절지 8개를 붙인 종이에 미리 그려봤습니다.
크레욜라 워셔블 수성 분필 64색, 약 3만 4천원
그리고 분필을 주문했습니다. 분필은 크레욜라에서 바닥 그림용으로 나온 64색 제품으로 샀지요..
하지만 5월 18일에 비가 내렸고.. ㅜㅜ 그 뒤로도 그림을 그려야지 했던 날 모두 비가 내렸습니다. ㅜㅜ 그렇게 6월이 되어 버려, 그림 주제를 살짝 호국보훈으로 약간 수정 하도록 했습니다.
초반엔 아이들이 당황해하고 어려워했는데... 어느 정도 그림과 글자 크기가 정해지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 색이 부족하면 다른 조에서 빌려가고, 3층 (2학년 교실 옆) 베란다로 올라가 그림을 살펴보고 서로 조언해 주면서 그림을 더 완성해 갔습니다.
완성된 그림
1시간 동안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 그리고 잠깐 3층, 베란다에 가서 그렸던 그림을 내려다 보고... 활동을 글로 적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물그림도 특별하지만, 분필그림도 매력이 가득한 듯합니다. 혹시 교육과정 운영하실 때, 아이디어가 될까 해.. 조금 자세히 글을 남겼습니다. 반 아이들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하면 기쁠 듯합니다.
*오늘부터 서점에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2019년 5월, RHK에서 관련 글을 쓸 저자를 5년간 찾고 있었다면서 연락을 취하셨지요. 세상에 알려진 전문가들이 있지만, 정말 학교 안에서 이 작업을 하고,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려줄 현장 임상가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제 심리극을 자존감에 맞춰 정리하기로 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 10월, 전국 선생님들에게 자존감에 관련된 설문을 했지요. 정말 도움 되는 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정말 많은 분이 성장 과정에서부터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자존감이 내려가거나 높아졌던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어요. 그리고 내용을 읽으며 책임감이 더 제게 자리했습니다.
*이 설문 내용을 정리하면서 교사의 자존감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모의 양육과 IMF 그리고 교대와 사범대, 연애 문제까지 구석구석 자존감이 파고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교사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사회가 어떻게 교사들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하는지를 꼭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1~2장) *설문을 보니 자존감에 타격을 받은 선생님이 많았어요. ㅜㅜ 과거의 일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학교 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에게 심하게 깎인 일이 많았더군요. 감정을 풀어드리고 이해와 통찰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워크숍에 오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주제들을 선별해 글 속에서 심리극을 진행해 드렸습니다.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책의 3장)
* 2019년 10~11월, 워크숍에 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시키고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지요. 그 방법을 찾고 성장교실 4기 선생님과 훈련을 함께 했습니다. 집단 역동의 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내용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변화는 또 다른 사람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모두의 자존감이 올라갔던 경험을 정리했습니다. 혼자 또는 주변 몇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워크북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책의 4장)
*2020년 2월, 초고를 완성하고 RHK로 원고를 보냈습니다. 코로나로 편집이 미뤄졌고, 최근에서야 편집 작업이 진행되어 이렇게 2021년 1월 오늘,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성장교실 선생님들과 설문에 참여해 주셨던 수많은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책 뒤에 한 분 한 분 모두 감사 인사 담았습니다.
*이 책으로 자존감이 깎인 근원을 찾고, 자존감을 회복시킬 힌트를 찾고, 책 속 심리극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된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교사의 자존감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교사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부모가 학교가 우리의 삶 자체가 현재 자존감을 조각했습니다. 그러니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상이 교사를 귀하게 대해줘야 하고, 상처 주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하며, 움츠러들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초고를 읽은 편집자님도 이 부분에 격하게 동의했지요. 교사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많았다면서요….
*그러니... 이 책과 함께 해주세요.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선물 주시고, 교사의 자존감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 책으로 선생님이 변하고, 학교가 변하고, 우리 사회가 변하면 정말 기쁠 듯합니다. 자존감은 회복될 수 있고, 자존감이 깎이지 않도록 안정적이며 단단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교사의 자존감은 아이의 자존감이자 미래의 자존감이다” 성장기 상처부터 학교 내 역동까지, 교사의 자존감을 탐구한 최초의 심리서
안정적인 직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 교사.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정년을 채우길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교사의 수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및 교권 추락’ 때문에 명퇴를 한다는 답변이 약 90%에 이른다. 이는 곧 ‘교사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자존감이 무너져 교단을 떠난다’는 말의 다른 표현 아닐까. 교사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데는 물론 구조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구조만 탓하며 ‘어쩔 수 없다’고 넘기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란 부모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존재 아닌가. 교사의 자존감이야말로 곧 아이의 자존감이자 미래의 자존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가 교사의 자존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교사의 자존감』은 교사라는 집단의 특징과 이들이 마주하는 심리 문제,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최초의 책이다. 시중에 ‘자존감’을 주제로 한 책은 수없이 많지만, 이렇게 교사라는 집단의 특수성을 진단하며 교사의 자존감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 현직 교사이자 교사 치유 모임인 ‘성장 교실’을 수년간 이끌어온 마음전문가인 저자는 교사의 자존감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와 역동을 분석하고, 실제 이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심리극’이란 장치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 심리극 부분은 현장의 치열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읽는 것만으로 치유의 장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당장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한 명의 교사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좀 더 건강한 자존감을 챙기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만큼은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할 것이라 장담한다.
목차
프롤로그_ 교사의 자존감은 학생의 자존감이자 미래의 자존감이다
1장_ 교사의 자존감은 무엇이 다른가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아서 교사는 언제 상처받을까 자존감도 측정이 됩니다 내 어린 시절의 상처들
2장_ 바닥난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교사의 자존감이 올라갈 때 흔들리는 자존감을 붙잡으려면 나만의 작은 성공 경험 쌓아가기
3장_ 회복을 위한 심리 교실 “학부모가 교원 평가에 독설을 적어놨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 학생이 안 바뀌어요” “다른 교사들이 저를 따돌려요” “사람들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자꾸 학생들에게 화를 내게 돼요” “동료 선생님의 지적이 부담스러워요” “저를 무시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요” “이것저것 다 스트레스, 교사 그만둘래요” “부탁을 거절하기가 힘들어요” “학교에서 종종 욱하게 돼요” “승진을 안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학부모가 저를 만만하게 봐요” “반 아이들을 꾸중하기 힘들어요” “초임인데 너무 일을 많이 시켜요” “연애가 잘 안 되면 학교에서도 힘들어요”
4장_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법 심리 치료 과정 지속하기 매일 아침 문장 완성하고 다짐하기 한 문장 완성하기 두세 문장으로 늘려가기 문장 더 늘리고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기 우리는 이렇게 변화했습니다
워크숍 후기_ 우리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해준 기적의 시간 에필로그_ 꾸준하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참고문헌 고맙습니다
출판사 리뷰
“너무 큰 책임감은 독이다!” 교사 특유의 ‘엄격한 자기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와 학생을 만나는 법
“돈 벌어먹으려고 선생 하는 거라면 빨리 때려치우세요.” 교사 B는 한 학부모가 교원 평가에 쓴 이 말을 잊을 수 없었다. 자타공인,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인 그였지만, 이젠 자신감도 떨어지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의심스러워지며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교사 C는 학년이 끝나갈 무렵, 문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내야 하는 현실이 못내 견디기 힘들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던 그 학생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과연 자신이 좋은 선생님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사례들이 일부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형태는 다르게 나타나지만, 교사 집단 특유의 ‘엄격한 자기 평가’ 경향이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교사들은 대체로 임용고시를 치르며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던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많은 교사가 친구들과 속마음을 나누는 데 익숙지 못하고, 혼자 문제를 끌어안은 채 끙끙대는 일이 잦다. 문제는, 홀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며 자존감에 상처 입는 교사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고도의 능력’과 ‘완벽한 도덕성’은 교사가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지도록 만드는 요소다. 물론 교사란 아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기에, 사회가 교사에게 남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교사 스스로가 완벽주의자가 되어 교육 현장의 모든 문제를 자기 책임으로 돌리게 된다면, 교사의 자존감은 언제나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며, 교사가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자신에게 어느 정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책감과 원망 등 오래 묵은 감정부터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자존감을 지키는 작고 쉬운 습관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심리극 사례를 다룬 3장이다. 교사 특유의 자존감 원리를 설명해 주고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현재 자존감 수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1장, 2장을 거쳐 3장에 이르면, 저자가 직접 성장 교실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심리극이 유형별로 등장한다. 심리극에 대한 딱딱한 분석을 실은 것이 아니라, 심리극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마치 대본처럼 날것 그대로 옮겼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례들이 적나라하기도 하거니와, 이것이 단행본에 적합한 정돈된 기술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내 자존감이 낮아진 근원을 찾고 지금까지 형성된 자존감의 흐름을 살피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가 뽑은 심리극 주제는 “다른 교사들이 저를 따돌려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요” “학교에서 종종 욱하게 돼요” “초임인데 일을 너무 많이 시켜요” 등 그간 교사들이 가장 많이 거론했던 것들이다. 심리극을 따라가다 보면, 교사들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물론 그 아래 숨겨진 심층적인 원인, 즉 관리자에 대한 분노가 실은 무능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했다는 것, 눈치 보고 거절하지 못하는 습성이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왔다는 것, 아이들을 꾸중하기 힘든 이유가 학창 시절 폭력을 가했던 스승 탓이라는 것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숨겨진 상처를 직시하고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자존감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심리극만으로 거대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꾸준한 습관을 통해 매일의 자존감을 챙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그중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장 완성 연습’이다. 매일 아침 “내 자존감을 5% 더 회복하기 위해 ( )을 하겠다”라는 문장을 완성하고 종일 그것을 실천한 후 저녁에 그로 인한 변화를 기록해 보는 것인데, 이 과정을 몸에 익히다 보니 쓰는 대로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교사들이 많았다. 실제로 문장 완성 연습을 비롯한 작은 습관들을 계속해서 실천해 간 성장 교실의 교사들 다수는 성장 교실 이전에 측정한 자존감 수치와 이후 측정한 수치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놀라울 만큼 자존감이 상승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존감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책에는 이 말을 입증해 주는 교사들의 ‘성장 교실’ 후기가 가득하다. 이들이 실제로 도움받았던 문장 완성 연습표도 단계별로 실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오로지 교사, 당신의 결심뿐이다.
고요샘의 삶을 굉장히 오랫동안 응원하고, 때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감탄하며 페북 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라오스에서 사고를 당하기 전 올라왔던 사진부터, 사고 후 올렸던 글, 그녀의 순례길 그리고 학교 복직 후의 삶. 많은 이야기를 매 순간 보면서 지나칠 수 없었다.
2018년 그녀가 독립출판으로 냈던 <오늘도 자살을 생각한 너에게>를 구입해 읽으며 더 진지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정식 출판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내겐 <마음 흔들기>와 <학교 흔들기>라는 책을 쓰면서 내 심리치료과정을 꺼내고, 과거 고통과 상처를 다시 만나며 몇 번이나 울고 다시 화해하던 과정을 거쳐가며 더 강한 내가 됐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요샘은 매번 약하고 힘들다고글을 쓰지만(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사실 대단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고요샘이 글 쓰는 과정에서 알아차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에서야 고요샘의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책을 읽어가며,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속에서 몇 번이나 눈물을 닦아야 했다. 고요샘은 강한 사람. 대단한 사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함께 손잡고 눈물 흘리며 잘 쓰셨다, 잘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책은 좋았고,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소중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쓰시길 잘하셨다.. 잘하셨다... ' 혼잣말을 내뱉으며 몇 번이나 책을 쓰다듬게 됐고, 애정 담아 책을 또 읽고 읽게 됐다.
고요샘이 좋지만, 책을 읽고나서 더 좋아졌다. 내가 성장교실과 워크숍에서 사람들의 상처를 다독이는 몇 배로 더 귀한 일을 이 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책 중간에 스쳐지나가듯 나왔던 You are so strong 이란 문장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극복했던 많은 것이 다시 떠올랐고, 덕분에 힘이 더 솟구쳐 올랐다. 고맙다. 아무쪼록 고요샘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때문에 눈치보지 않고 더 당당하시길 바라고, 더 좋고 놀라운 일이 고요샘에게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