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과 함께 하는 수업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수업하는 것을 보여드렸을텐데.... 그런 수업은 무의미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작년 프로그램을 약간 더 수정해서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마음을 건드려보기로 했다.
수업 시간 10분 전..
지금까지 교실에서 해 왔던 여러 연극, 놀이 활동 사진을 ACD를 이용해 슬라이드 감상을 했다.
음악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면서 아이들도 몇 장의 사진에 환호하고, 즐겁게 웃어줬다.
학부모님도 교실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 시간이 되고, 학부모님과 반 아이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몇가지의 연극 놀이를 응용해 40분 프로그램을 운영을 했다.
활동 순서
*개코
*손으로 짝 찾기
*힘들게 하는 말 / 기쁘게 하는 말
*눈 마주치기
먼저 한 학부모님의 자원을 받아, '개코'놀이를 운영했다.
아이의 손바닥 냄새를 맡은 뒤, 학부모님의 눈을 가렸다.
그 뒤 여러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해서 아이들을 섞어 버리고 아이들의 손바닥을 눈이 가려진 학부모님 앞에 차례대로 가져다 댔다.
신기하게도 학부모님은 손바닥 냄새만으로 아이를 찾게 된다.
절로 반 아이들과 뒤에서 지켜보시던 학부모님에게 박수가 나온다.
손으로 짝을 찾고있습니다.
두 번째 활동으로 그러면 한 학부모님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여기 오신 모든 학부모님에도 뭔가 특별한게 있는지 알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위의 사진 처럼 부모 자식간에 손바닥을 만져보게 한 뒤, 모두 눈을 가리고 섞어 놓고는 손바닥 감각만으로 찾아보게 했다.
많은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성공!!
그리고 박수..
이 활동 까지 한 뒤, 부모자식 간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끈이 연결되어 있어, 위급한 상황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거나 멀리 있는 자식이 아프면 그것을 알아채기도 한다는 부모 자식간의 특별함을 이야기 해 줬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말은 무엇이며,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말은 무엇인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간단히 적어보라고 했다.
힘든말과 기쁜말을 적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힘든 점을 들어봤는데....
사실, 우리들은 그 모든 것을 마음 속으로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우리들은 서로에게 소리지르고, 구박하고, 대들고.......
삶을 살다 보면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것들 보다 힘들게 하는 것이 더 많다.
노력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시간을 계기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서로를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마주치기'를 했다.
서로 손을 잡고 마주본 뒤, 서로의 눈을 바라보되 절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라고 부탁드렸다.
'눈 마주치기'를 하다가....
그랬더니 음악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이들이 울고, 몇 분의 부모님이 우시고.....
자연스럽게 서로 안아주는 모습이 만들어 졌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자연스럽게 귓속말을 하게 됐다.
이렇게 교실에서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만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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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반응)
*엄마가 늦게 오셔서 서로 눈마주보기만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부끄러워다.
집에서 엄마는 솔직히 이야기 해 주셨다.
엄마는 눈동자를 보니까 힘들게 낳았던 내가 이때까지 예쁘게 살아와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아빠와도 해 보라고 하셨다.
그제야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ㅅㄹ)
*오늘은 특별히 엄마와 함께 공부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친구들과 했던 서로의 눈 마주보기를 하셨다.
나는 이 게임을 알고 있어서 "아!"함녀서 아는 척 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와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니까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처음엔 눈물만 울먹하다가 갑자기 서로를 꼭 끌어 안고 울고 말았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은 평소에도 있었던 일인데....
서로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ㅅ)
*눈을 마주칠때 처음엔 즐거웠다.
그런데 몇 초 지나니까 엄마의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 때문에 눈이 유난히 반짝 거렸다.
나도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랬더니 목이 매였다.
이것을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가정이 화목해져서 좋았다. (ㅈㅇ)
*엄마와 함께 수업 받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설레였고, 너무 가슴이 뛰었다.
다른 때는 대강 수업하고, 발표하는 것만 했는데....
이번 5학년은 너무 달랐다.
엄마 눈을 쳐다볼수록 나는 익은 감자처럼 얼굴이 화끈 거리고 온 몸이 떨렸다.
이 일을 계기로 엄마와 더욱 가깝게 되었다. (ㅈㅇ)
*난 수업 때 많은 친구들이 우는 걸 봤다.
난 울지 않았다.
"울긴 왜 울어. 지금이라도 효도해!"라는 말을 했다.
사실, 난 울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눈에서 눈물이 나올까봐 일부러 어머니에게 말을 안했다. (ㅈㅈ)
*엄마가 수업이 거의 끝날때 즈음에 오셨다.
동생반 수업을 보시다가 늦게 오신 것이었다.
막 눈마주치기를 했는데 처음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 머리 속에는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도와주시는 것, 보살펴주셨던 것 등 많은 일들이 생각나서 슬퍼졌다.
어머니께서도 슬펐는지 많이 울으셨다.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 안아줬다. (ㅅㅎ)
*처음엔 ㄱㅇ이 엄마께서 냄새로 ㄱㅇ이를 찾으셨다.
ㄱㅇ이를 찾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런것이 모녀간의 사랑이구나........라고 느꼈다.
처음엔 우리끼리 냄새로 사람을 찾는다는게 거의 불가능 했었다.
실패였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눈가리고 촉감으로 찾기... 그 중에서 두 분빼고 모두 찾으셨다.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마지막 눈을 서로 쳐다보는 것은 너무 너무 슬펐다.
계속 눈을 돌리고 싶었다.
눈에는 눈물이 출렁 출렁. 그 이후로 나는 계속 울게 되었다.
집에서 할머니와 나는 다시는 다투지 않기로 서로 맹세를 했다. (ㅅㅈ)
*엄마 아빠가 오시지 않아 속상했다.
그런데 눈마주보기를 할 때 나는 우연히 ㅅ이를 보았는데 ㅅ이가 울고 있었다.
순간 나는 엄마 아빠에게 잘못한 일들이 생각이 나서 계속 펑펑 울었다. (ㅁㄱ)
*난 엄마 눈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엄마 눈에서 눈물이 나오더니 나도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계속 울었다.
눈은.... 그 검은 눈동자 속 뒤에 있던 기쁜일 힘들일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눈동자엔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듯 하다.
까만 눈동자를 보면 슬픈 이유는 뭘까?(ㅎㅇ)
*집에 돌아가서 깜짝 놀랬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던 엄마가 천천히 하라고 하시면서 다정스럽게 변하셨다.
너무 놀랍다.
선생님 감사해요..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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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반응) : 반응을 구체적으로 보내주신 한 분만...
*가슴에 무거운 추를 하나 달고 집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진행되는 수업이겠거니 했습니다.
ㄱㅇ이 어머니 말처럼 존재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인데 늘 아이를 몰아 부치며 상처되는 말을 했습니다.
어제 밤에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저 자신도 마음이 크느라 그러는 것을 엄마가 못참고 또 말폭탄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열심히 공부안한다고 어찌나 몰아 세웠던지 ,또 사소한 일로 짜증낸다고 왜 그리 야단했는지, 반성 많이 했습니다.
다 겪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인데 엄마 자신도 올챙이적 지난 개구리 인가 봅니다.
맏이라는 기대 때문에 자꾸 ㅅ에게 더 인색하게 하고 있나 봅니다.
오늘 뒤를 많이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고,또 반성을 하고,사랑하는 딸의 눈빛을 기억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른도 반성하고 노력할 것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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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갈이쌤의 이야기)
준비된 수업 보다는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특별함을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
연극 놀이와 교육 연극을 어떻게 수업 중에 활용되는지, 반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 학부모님이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난 더욱 더 소신 있게 반 아이들과 공부하고 놀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수업 공개 대신 특별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앞의 몇가지 연극놀이들은 감각과 관련된 놀이다.
무엇보다 부모 자식간에 놀이하는 시간도 없을 뿐더러 감각을 느껴보는 시간도 없다.
그래서 짝찾기, 냄새로 찾기 등에 무척이나 신기하게 생각하신다.
중간에 힘들어 하는 말과 기쁨을 주는 말을 들어 봤는데...
학부모님은 역시 발표(?)하시길 꺼려 하신다.
"반 아이들만 힘들어하는 군요"라는 내 말에 여러 학부모님이 많은 말씀을 해 주셨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을만한 부모님의 마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였다.
서로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건 서로 눈 마주보는 것 처럼 좋은 게 없다.
눈을 마주보면 많은 생각들이 떠 오른다.
기쁜 일, 슬픈 일.. 그리고 그 어색함......
하지만 단 둘이 아닌 여러 아이들과 학부모님이 계시기에 한 아이의 아픔은 다른 아이에게 한 어머니의 눈물은 다른 어머니의 눈물로 전이가 된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음악.....
집중 할 수 있고,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음악이 함께 하게 됐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껴안는 부모님들, 엄마 손을 꼭 붙잡는 아이들......
그리고 많은 눈물... 그리고 또 눈물..
나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교실 안에는 음악과 눈물과 따뜻함과 사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무리 짓는 말을 따로 하지 않고 조용히 수업을 마쳤다.
그 여운이 오래 오래 가길 바랬다.
덕분에 집에 가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엄마를 꼭 껴안고 잤던 아이, 엄마 잔소리(?)가 줄어들어서 나에게 감사하다는 아이, 집에가서 한 번 더 눈 마주보기를 했다는 아이 등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나 또한 마음이 찡 해진다.
40분간의 시간으로 아이들과 부모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동할 줄 아는 삶으로 바꿀 수 있다면 난 너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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