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도전 과제는 '잔디밭 5분'이었다.

1주일이라는 시간을 줬지만 과제를 해결한 아이들이 많지 않았기에 학교에서 기회를 줬다.

 

혼자서 잔디밭에 5분간 누워있어보라는 간단한 과제였는데...

해결하기가 힘이 들었나보다.

사실, 벌레들도 많고 따가운 햇살 아래 누워있는 것은 힘든 일이라 생각해 본다. 

집에서 해결한 아이들은 커다란 수건을 깔고 누워있기도 했는데 그냥 학교에서 누워보는 것은 풀독의 위험도 있었고 그리 반가운 활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워본 가치는 있었다.

누워보지 않으면 누워있는 사람의 느낌을 알 수 없다.  

나도 대학 이후... 잔디밭에 누워본 기억이 없다.

 

햇살과 잔디밭의 즐거움을 아이들은 모르고 있다.

TV나 컴퓨터 앞이 아닌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다는 느낌을 이 활동으로 시작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반응)

 

*잔디밭에 누울 때 약간 따갑고 기분나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막상 누우니 구름 한 점 없고 깨끗한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눈이 스스르 감겨졌다.

아이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솔솔 불었고 가끔 눈을 떠 보면 내 몸이 자유스러워지는 듯 했다.

햇볕이 따끔 따끔 내 얼굴을 찌르는 것 같았지만 어느때보다 좋았다. (ㅇㅁ)

 

*많은 친구들은 잔디가 많은 곳으로 가서 누웠다.

푹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잔디가 우리 머리를 구석 구석 찔렀다.

나는 누을 때 눈을 감았다. 오른쪽에서는 음악실에서의 환호, 왼쪽에서는 새소리...

또, 주변에서는 소근소근 이야기 소리도 났다.

그리고 따뜻한 햇살 때문에 편안했지만 벌레들이 있을까봐 두려웠다. (ㅅㅈ)

 

*나는 토요일 집 근처에 있는 그린공원에서 5~10분 정도 누워있었다.

누워있으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고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을 줬다.

아무 생각 없이 잔디밭 위에서 5분 정도 노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오빠들이 '시체 놀이'한다고 하자 좀 어이가 없어서 '도전 과제'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이런 기회가 없었는데 가끔 생각나면 잔디 위에 누워보겠다. (ㅅㅈ)

 

*나는 5.18 공원을 방문할 때 공원의 잔디밭에서 5분간 누워봤다.

무덤에 가까워서 그런지 광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

하늘 보다가 5분이 재빨리 지나가 버렸다.

참, 누워있는데 동상이 하나 보였었다.

그 동상은 손을 모으고 있었는데 손 안에는 구슬이 있었다.

평화 구슬인 것 같다. (ㅅㄹ)

 

*잔디밭에 몸을 맡기려니 잔디가 나를 쿡쿡 찔렀다.

생각해보니 잔디도 말은 못해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이렇게 몸으로 말하는 것 같다.

얼마나 아팠으면 우리를 온 몸으로 찔렀을까.....

아직도 잔디가 찌른 부분이 따끔거린다.

사람들에게 밟히고 찌그러지는 잔디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ㅅㅇ)

 

*잔디밭에 5분간 누워있으려니 생각했던 것 보다 쉽지 않았다.

아주 따가웠다.

하지만 꾹 참고 잔디밭에 몸을 맡겼다.

따뜻한 햇살이 내 몸 전체를 감싸줬다.

나무 하나 없었는데 거대한 숲에 들어온 것 처럼 풀냄새가 가득했다.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

아마 그런 것 같다.

또 내 머리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몸이 따갑다는 생각은 물론 옷이 더러워져서 엄마에게 꾸중 듣지는 않을까?

나를 본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내 친구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어찌됐든 평소와 다른 5분간이었다. (ㅎㅈ)

 

*처음엔 까칠하고 벌레가 옮겨 붙으면 어쩌지... 하고 생각했는데 한 30초 정도 지나니까 마음도 몸도 편안해 졌다.

아... 평화란 이런 것이구나 (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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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갈이쌤의 이야기)

 

학교엔 여고에서 심은 금잔디와 초등학교에서 심은 떼잔디가 나뉘어져 있다.

아무래도 금잔디 위에 아이들을 눕게 하고 싶었는데 떼잔디 위에 누워보게 했는데 굉장히 따끔거렸나보다.

사실 나도 누워있다가 슬슬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앉아 있거나 엎드리거나 다른 포즈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는데 여자 아이들 일부가 굉장히 싫어하는 것을 발견했다.

큰 담요나 수건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실수였다.

그리고 병균과 벌레들에 민감한 아이들이었는데.......

 

하지만 평온한 느낌은 여느때와 같았다.

'5분 쯤이야....'하는 마음만 갖어준다면 굉장히 여유있고 색다른 시간을 보낼거라 생각해 봤다.

아이들의 반응도 내 예상처럼 긍정적으로 다가서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부정적으로 잔디에서 시간 보낸 아이들도 꽤 됐다.

 

하지만 잔디밭이 바로 옆에 있다는 이 좋은 환경을 그냥 보내긴 아깝다.

많이 놀고, 누워보고,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하늘을 바라보는 따뜻함을 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느껴본다면 난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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