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

 

작년, 반 아이들과 함께 달걀을 반나절 들고 다니며 엄마 체험을 했었다.

아이들의 글과 마음에 강렬한 변화가 있어 올해에도 꼭 적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어버이날을 맞아 '내게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이 체험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을 가슴깊게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7일 오전, 출근하면서 학교 옆 수퍼에서 달걀 한 판을 사 들고 교실로 들어섰다. 

 

 

 

반 아이들은 달걀 한 판을 너무 궁금해 했고, 난 장난스럽게 먹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미 내 블로그를 섭렵(?)한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은 어떤 체험을 할지 감을 잡아 버렸다.

 

전날 아이들과 했던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의 소감을 쓴 노트 '좋은생각' 가운데 가슴 찡한 글들을 읽어주고,

다시 한 번 체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칠판에 커다랗게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자!!' 라고 썼다.

 

아이들은 이내 어리둥절 했고, 난 취지를 설명했다.

역시 내 딸 승진이가 태어났을 때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를 다루고 키우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너무나 연약해서 어떻게 들어 올려야 하며, 다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야 하며..

부모의 사랑을 받은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려줬다.

 

부모의 마음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반 아이들을 '엄마(아빠)'로, 달걀을 '자식'으로 변신(?) 시작!!!

 

 

내 딸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려주며,

반 아이들에게 아들, 딸의 이름을 짓게 했고, 얼굴도 그리게 했다.

 

 

 

그러자 한자까지 찾아가며 의미있는 이름을 짓는 반 아이들이 생겼고,

그 모습을 본 여러 아이들도 보다 더 멋진 이름을 짓기 위해 한자를 찾았다.

정인, 은별, 미정, 지은, 지현, 고은, 성민, 현아....

수 많은 이름이 탄생됐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난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 글을 써보게 했다.

 

아이들의 글 속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지금 우리 부모들의 생각 그대로가 담겨 있었다.

내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이렇게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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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수 있으면 먹을 것을 주고, 함께 놀아주겠다.
매는 안 들겠다. 하지만 잔소리는 하겠다.
장난감도 사주고 싶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면 내가 막아주고 싶다.
내가 보살피겠다. (ㅊ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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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 있을 아이에게 매일 찾아가 동화책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만 해주고 싶다.

동화책은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여줄 것이고

따뜻한 이야기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집으로 올 때, ‘와, 정말 예쁜 방이다. 우리 엄마가 최고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난 아이 방을 최고로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가 돌을 맞을 때, 정말 멋지게 해 주고 싶다.
평생 한 번 있는 정말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 투정을 하게 마련인데 화만 내지 않고

아이의 맘이 풀리도록 따뜻한 말로 마음을 잠재워 주고 싶다.
그러나 아이를 너무 받아주기만 하면 제멋대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엄한 규칙을 만들어 규칙을 지키도록 대화도 많이 할 것이다.
6~7살이 되면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예를 들면 쿠션에 구구단을 새겨 넣으면 자연스럽게 곱셈을 외울 것이다.
그리고 가끔 아이와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중학교 때 입지 못할 예쁜 옷들을 많이 사주겠다.
그리고 학원을 많이 보내지 않고 기본으로 필요한 것을 배우게 하고,

가끔은 학원가기 싫어할 땐 영화, 여행을 갈 것이다.
아이가 “엄마, 나 좀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데…….”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미리 챙겨주는 멋진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예쁘고 바르게 키울 것이고,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고3이 되면 아이의 미래에 대해 가끔 상의를 해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서 이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아이로 만들 것이다.  (ㅈㅅ)

사실, 글 속에선 아이들의 불만족과 어려운 점도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잘 파악해 보고, 보통아이들과 다른 생각의 글도 잘 파악해 보면 좋다.

 

 

 

중간체조가 있었다.

아이들은 '오, 마이갓!'을 외치며 달걀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역시 두 개의 달걀이 깨졌고, 당황해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픈 것이 아닌, 아이가 다치고 사고로 죽는 것은 부모의 책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살아 있음을 알려줬다.

다시 달걀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보살피지 못한 책임을 물었고..

간단한 장례식장을 만들었다.

 

작은 상자에 재빨리 '미안함'에 대한 문구를 적었고,

달걀이 깨진 아이들은 글을 읽고 미안함을 가득 담아 상자에 깨진 달걀을 넣었다.

 

 

몇 개의 달걀이 깨지자 많은 아이들이 긴장하고, 지키려 했지만...

자꾸만 달걀을 깨졌고, 깨진 달걀에 슬퍼했고, 안타까워했다.

ㅅㅎ는 급식먹기 위해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깨지는 낭패도 겪었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인 것을 ㅅㅎ는 알고 있었다.

 

 

쉬는 시간엔, 서로 자식 자랑에 매진(?)하는 반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누가 이름이 더 예쁜지, 어떤 달걀이 더 잘 꾸며졌는지를 비교하고,

서로 이야기하고 달걀을 조심히 보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피어나는 웃음꽃!!!

 

 

시간이 지나자 달걀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타났다.

내가 처음에 요구한 것은 '손바닥 안'과 '주머니 안' 에 달걀을 놓을 수 있다고 했는데

몇 명이 졸랐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나.. ^^

 

알고보니 교실에 있던 화장지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침대, 이불 등을 만들어 서로 꾸미고..

필통 위에 화장지를 깔아 놓고 조심스럽게 보관하는 등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달걀 보호하기였다.

 

 

집에 가기 전, 아이들에게 글을 써 보게 했다.

"왜 선생님은 이런 체험을 하게 했을까?' 잘 생각해 보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을 써 보게 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으로 부모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는 자식 키우는 일의 어려움을 간접 체험 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 (소감)

 

- 처음엔 달걀을 아니, 아이를 주시는 선생님이 이상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왜 주셨는지, 왜 키워보라고 하셨는지 알게 됐다.
엄마의 고생, 우리를 키우시면서 힘들었던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주셨다는 걸 알았다.
이 아이 덕분에 엄마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다른 친구들의 아이들이 하나 둘씩 깨지는 것 아니, 죽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내 아이도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급식을 먹고 친구들 몰래 죽은 아이들에게 기도를 했다.
겉으론 내가 장난스럽게 절을 했지만 속으로는 정성스럽게.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줘서 감사드린다.
이 아이는 정말 영원히 간직할 거이다.
이제 정말 엄마에게 착하게 지내야지. (ㄷ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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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부모님께 매일 투정만 부렸는데,

이 활동을 통해 부모님께서 얼마나 나에게 사랑과 정성을 주셨는지 알게 됐다.
오늘 한 아기의 부모가 되어 아기를 키워 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좀 더 커서 엄마가 되고, 지금보다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부모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지금 내가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을 통해 내가 이렇게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열심히 효도해야겠다. (ㅎ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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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옛날이나 지금이나 뭘 사주라며 매일 투정만 부렸다.
‘힘들겠는데 선생님은 왜 이런 놀이를 하자고 하실까?’

 하지만 나도 친구들과 함께 달걀을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키웠다.
이름도 지어주고, 얼굴도 그려줬다.
처음 받을 땐 아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체조할 때부터 정말 힘들었다.
혼자 마음대로 굴러다녀서 더 힘들었다.
‘버릴까?’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달랑 달걀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더 큰 말로 투정부리고 웅얼거리는 것을 어떻게 참으셨을까?
엄마가 어떤 고생을 하셨는지 알게 됐다.
이제부터 투정을 부리지 않는 내가 될 것이다. (ㅇ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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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라는 체험을 했다.
그런데 난 쌍둥이라서 달걀 2개를 받게 됐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품으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지은 이름은 지현, 지은이다.
귀엽게 얼굴을 그린 뒤, 둘 다 똑같이 그렸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우와, 너무 귀엽다!”하며 부러워 했다.
그래서 더 잘 키우고 싶었다.
중간놀이 시간에 체조를 하게 됐다. 한 손에 하나씩 내 아이를 부드럽게 품고 체조를 조심스럽게 했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손에 얼마나 꼭 품고 있었으면 이름이 내 손에 묻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3명이나 달걀을 깨버렸다.
‘저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슬플까?’ 하며 생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같은 소집단 ㅅㅁ이까지 깨졌다.
사실, 내 책을 펴서 십자말풀이를 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만 깨져버렸다.
ㅅㅁ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급식먹을 때도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으로 살았다.
그런데 내 달걀을 친구 선은이에게 맡기다 쌍둥이 동생 지은이가 죽고 말았다.
‘아, 달걀이 만약 내 아기였다면…….’
내가 앞으로 커서 실제 아기를 낳는다면 자세히 보고, 예측해서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다. (ㄱㅎ)

 

 사실, 이런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던져주고, 따뜻한 심장을 만들 수 있다면 어렵지 않다..

 

올해는 학교 선생님들께 팝업으로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알려드리고

이 전의 기록도 소개해 드렸다.

나와 함께 달걀체험을 한 선생님도 계셨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체험하고 반 아이들의 눈물을 다시 팝업으로 알려주신 분도 계셨다.

행복한 교실이 더욱 늘어가면 좋겠다. 

 

 

과제로 '부모님 발씻겨드리기'와 '음악과 함께 편지 읽어드리기' 외..

자신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라고 했는데,

월요일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

 

↓↓↓↓↓↓

  

 과제 수행 (발씻겨드리기, 편지 읽어드리기)

 

나는 오늘 어버이날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무엇을 해드려야 기뻐하실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버이날 이벤트를 살짝 알려 주셨다.

그런 바로 '부모님 발 씻겨드리기!' 그리고 편지도 읽어드리고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라는 말 등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거라고 하셨다.

난 선생님이 그런 방법을 알려 주셔서 속으로

'히힛, 역시 우리반 선생님은 우리에게 좋은 것만 알려주신다니까. 선생님 멋져!'라고 생각했다.

학교를 마치고 저녁까지 기다렸다.

아빠는 바쁘셔서 엄마 발을 씻겨드렸다.

내가 발가락 사이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깨끗하게 닦자 엄마는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편지를 조심스럽게 드렸다.

그리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영상을 보여드렸다.

그때,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다.

나는 "제가 발을 못 씻겨드려서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아빠는 괜찮다는 미소로 얼른 자라고 하시면서 내 편지와 영상을 보시더니 두 분 모두 눈이 빨개지셨다.

엄마와 아빠는 눈물을 감추는 성격이신데.....

이렇게 어버이날 부모님께 감동을 드려 기분이 좋다.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고, 감동적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ㄱㅎ)

 

 

2008년, 6학년 활동 보기 →  http://blog.daum.net/teacher-junho/1703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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