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째 신경쓰이는게 하나 있다. 바로 젓가락질.
저학년 담임을 계속하다 고학년 아이들과 생활하게 됐는데, 아이들의 젓가락질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었다.
36명 가운데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아이들이 몇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시범도 보이고, 자세도 교정해 주지만 습관이 굳어져있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칠 생각을 갖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젓가락질은 학교에서보다는 가정에서 잘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집에서 손등을 살짝 맞아가며 젓가락질을 부모님께 배웠던 것 같다.
젓가락질을 배우기 위해선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젓가락질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하겠지만, 담임들은 학교에선 많은 아이들에게 젓가락질 가르치고 교정하고 할 틈이 조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아이들의 손을 교정한다는 것은 벅차게 느껴진다.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 옆에서 매 순간 교정, 강화를 해 줘야만 아이들의 바른 습관이 만들어질거라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젓가락질 모습. 오....
위의 사진처럼 아이들의 젓가락질은 아주 다양했다.
덩치도 나만큼 다 자란 아이들에게 점심시간마다 뭐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젓가락질 자격증을 학교에서 배부했었다는 글을 읽은게 기억이 나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번주 도전과제는 '젓가락질의 고수!'
그런데 젓가락질의 고수를 어떻게 찾아 낼 것인가... 그래도 내가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급식소에 가서 콩 조금, 젓가락 빌려와 교실로 돌아왔다.
그런뒤 아이들에게 3단계를 통과해야 젓가락질의 고수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자격증에 도전한 아이들은 약 20명이었다.
먼저 1단계는 젓가락을 잡은 모양이다.
간단히 위가 벌어지고 아래 젓가락 끝은 잘 모여있는지, 손은 젓가락을 잘 받쳐주고 있는지를 봤다.
다음 2단계가 정말 어렵다.
1분 안에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종이컵에 5개 이상 넣는 것이다.
젓가락질을 평소에 했거나, 자세가 바른 아이들은 정교하게 콩을 집어 종이컵에 넣는데, 많은 아이들이 실패했었다.
콩을 집어 종이컵에 넣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급식소에서 내 주변에 앉아 밥을 먹는데, 젓가락으로 밥을 먹고 반찬을 먹는 모습을 보기로 했었다.
막상 해 보니 2단계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것을 가장 힘들어 했었고, 밥을 먹을 땐 훨 수월하게 보였다.
3단계는 선생님 주변에서 젓가락질로 밥을 먹는 것을 보여줘야 함.
이렇게 해서 젓가락질의 고수들이 나왔다.
이 아이들은 자격증을 받음과 동시에 급식먹을 때 항상 앞에 선다.
(어찌보면 과하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모든 아이들이 젓가락질 연습을 개별적으로 하길 바랬기 때문...)
덕분에 아이들은 젓가락을 잡고 연습하고, 교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습, 노력만으로도 흐뭇하다.
자, 자격증을 위해 복도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게 됐는데...
젓가락질의 고수답게, 무술 고수의 포즈를 취해보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의 멋진 포즈가 젓가락질을 빛내 줬다.
아래 사진의 아이들이 우리 반의 젓가락질의 고수들입니다. 다들 멋지죠?
내일은 이 사진들 이용해서 자격증을 프린트하고, 코팅해서 줘야겠습니다.
자격증은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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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포토샵을 이용해 자격증을 만들어 봤다.
처음엔 명함 크기에 맞춰 작업을 했었는데 프린트 결과물이 좋지 않아 800px 정도로 작업한 뒤, 줄여서 출력했더니 괜찮아 졌다.
샘플로 하나 만들어 놓고, 사진과 이름만 교체했더니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었다.
도장은 흰 종이에 찍어놓고 카메라로 찍은 후, 포토샵으로 살짝 다듬어서 정말 찍은 것 처럼 만들어 봤다.
이 자격증들을 한글문서에 한데 모아 프린트 한 뒤 오려내고, 코팅을 했다.
아래 사진처럼 만들어진 자격증을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한다.
다른 아이들도 갖고 싶어서 젓가락질을 열심히 해 댄다.
대강 만들어 준 것 보다 이렇게 공을 들이니 반응이 좋다. 으쓱~~
우리 반 전체가 젓가락질의 고수가 될때 까지...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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