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마인드맵

 

심리극을 공부하면 할수록, 센터의 치료과정을 바라볼 수록...

우리가 행복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모든 정서들에는 사건이 연결되어 있고..

그리고 인물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우리들은 관계 속에서 많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방학 동안에 만난 '지니샘'의 반 아이들 마인드맵 기록을 보면서 활동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반 아이들의 적용을 위해 고민하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행위와 사건, 지식 위주의 마인드맵 활동을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난 심리와 치료 쪽에 관심이 많아 이런 행위 보다는 정서, 우리의 감정들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는 것이 반 아이들의 내면의 변화에 더욱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동안 읽었던 '감정치유'라는 책에 소개된 핵심 감정 9가지를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내 인생'이란 주제를 주고 핵심감정들을 위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정서들과 관련된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9가지 감정

 - 행복 (더없이 즐거운, 기쁜, 열정적인, 흥분된, 좋은, 기뻐서 날뛰는, 감사하는,즐거운)

 - 슬픔 (낙담한, 낙심한, 의기소침한, 암울한, 애도의,상처받은, 외로운, 울적한)

 - 분노 (흥분한, 괴로운, 격분한, 노한, 격심한, 짜증난, 성난, 분개한)

 - 두려움 (불안한, 무서운, 소름끼치는, 긴장한, 공황상태의, 깜짝놀란, 떨리는, 겁먹은)

 - 기쁨 (대담한, 순수한, 창의적인, 자유로운, 근심없는, 살아있는, 즉흥적인, 기발한)

 - 사랑 (애정어린, 정다운, 다정한, 친절한, 돌봄을 받는, 부드러운, 따뜻한, 믿음이 가는)

 - 혼란스러움 (양가적인, 당혹한, 갈등스러운, 머뭇거리는, 어쩔줄 모르는, 괴로운, 불안한, 불안정한)

 - 우울 (소진된, 낙심한, 의기소침한, 의지할 곳 없는, 희망없는, 귀찮은, 지친, 위축된)

 - 평화 (고요한, 마음편한, 이완된, 조용한, 만족스러운, 잔잔한, 평온한)

출처 : 감정치유, 루시아 카파치오네

 

 

 

아이들은 내 인생과 관련된 감정을 마인드맵하라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워 했지만..

곧 집중해서 마인드맵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서 받은 아이들의 마인드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너무나 자세하고, 아이들의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인생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 뿐만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괴로움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냥 교사가 되서는 안되겠구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마인드맵의 전체 구조는 그 아이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친구 관계 속에서 상처 받거나, 행복해 하는지...

가족들에게 힘을 얻고 있는지, 상처를 받았는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하지만 부모는 어떻게 단절 시키고 있는지...

과거의 외상의 시점, 극복의 과정까지..

 

우선 눈에 띄는 몇 개의 마인드맵을 살펴본다면..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

 

 

 

이 아이에겐... 혼란, 두려움, 평화, 슬픔에 엄마가 자리를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마가 이 아이의 정서에 깊게 관여 됐고, 엄마로 인해 화가 나거나 행복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중략)

 

좀 더 살펴보면...  

 

 

아이들의 분노, 두려움, 슬픔 등 몇 개를 뽑아 봤다.

아이들의 부정적 정서에는 역시 엄마나 아빠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들 또한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이지만, 양육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한 나에겐...

이런 단어,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이런게 매번 있는 게 아닌, 한 두 번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외상으로 남아 아직까지도 아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겁을 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주거나, 체벌을 가하거나, 매번 아이의 행동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반대 상황은 어떠할까?

 

 

 

역시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돈, 여행, 휴식, 친구들에게 행복이 만들어짐이 보인다. 

 

 

내 반에서 어떻게 학급경영을 해야할지 감이 오기도 하는데...

휴식과도 같고, 교실에 들어오면 행복해지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라는 것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운영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 중학교와 연계를 위해 빡세게(?) 공부를 시켜달라는 학부모님들의 요구가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각자의 경험, 내적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의 자유로움을 허락하지 않는다. )

 

 

아이들의 마인드맵을 살펴보다가...

계속해서 공부한 심리극, 상담, 예술치료 등이 좀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내가 한 학기 동안 변하고 싶은 것' 또는 '선생님이 도와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써 보게 했다.

 

부정적 정서에 해당되는 단어를 보고, 없애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

무엇보다 한 학기 동안 여러 선생님이 준비할 활동과 조언, 각자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것들을 골랐다.

노력은 자유의지이겠지만 목표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 아이들이 써 낸 글들은 아래와 같았다.

 

  - 머리가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 리더쉽이 넘치는 내가 되고 싶다. 내 생각엔 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듯 하다.

  - 내 꿈에 대한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

  - 엄마와의 말다툼을 줄이고 싶다.

  - 엄마가 나에게 관심을 주면 좋겠다. 동생을 편애하는 것 같다.

  - 가족관계의 깨짐,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엄마의 잔소리가 사라지면 좋겠다.

  - 내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면 좋겠다.

  - 비교 당할 때 생기는 분노를 줄이고 싶다.

  - 더 이상 혼자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 도전을 했는데 실패하면 좌절하기 때문이다. 이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  

  - 더 행복하고 정이 있는 가족을 원한다.

 

아이들의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수퍼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욕심은 과욕이다!!

 

다 읽은 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변화에 대한 목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일을 했다고 이야기 했다.

선생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너무 기대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다가서면 좋겠다고 했다.

 

각자의 내면에 대한 부족함은 내가 시간을 낸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고...

관계 속에서 외로워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볼 기회를 만들어 줄 수는 있겠다.

너무 어려운 공부이긴 하지만 심리극의 몇 가지 기법을 알고, 반 아이들 상담에 활용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할 뿐이다.

 

심리극에서 현재감정의 불편함으로 부터 과거의 핵심사건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마인드맵의 구조가 아이들의 현재와 과거를 모두 만날 수 있어서..

풀드라마는 아니지만 몇 장면 드라마라도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마인드맵을 모아 책처럼 묶었다.

시간나는대로 보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인생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앞의 마음흔들기처럼 감정이 한 방에 울컥하는 정도의 활동은 아니지만..

'감정의 마인드맵 '을 통해 생각한 게 있다면 무엇인지 마음흔들기 노트에 간단히 써보게 했다.

아이들이 낸 글 가운데 몇 개를 골라본다.  

 

 

 [반 아이들의 소감]  - 이번엔 이니셜 생략합니다.

 

  선생님이 종이를 나눠주시면서 내 인생의 마인드맵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내게 행복한 것, 기쁜 것, 슬픈 것 등을 생각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좋은 것들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안 좋은 감정에 대한 것은 고민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인생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 쓰고 보니, '내 인생에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내가 이런 느낌이 들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전체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마인드맵치곤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독특한 것이었다.

  기쁨, 행복, 우울, 슬픔, 분노, 혼란 등..

  그 중에서 분노는 '나에 대한 분노'였다.

  요즘 나는 게임 중독 때문에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것 때문에 난 자주 나에게 분노를 느낀다.

  게임을 안 해도 게임 생각이 난다. 아..정말 심각하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내 인생의 마인드맵으로 2학기를 시작했다.

  분노와 기쁨, 슬픔 등 여러 감정을 했는데....

  마인드맵으로 큰항목에서 작은 항목으로 끝까지 들어가본.....

  '안타까움-왕따-힘듬-괴로움'까지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기쁨에 대한 것이 더 많은 것을 보고, 이내 행복해졌다.

 

  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의 감정은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크게 9가지 감정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다른 동물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낄지도 궁금해졌다.

  내 인생을 마인드맵으로 그리는데 여러 감정 가운데 6개 정도를 골랐다.

  내 인생을 감정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

  나를 정리할 수 있었고, 내 감정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고, 다가와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제자들에게 더욱 의미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학교 일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내 반 아이들을 생각하며.. 매 순간 힘을 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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