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교실, 마음흔들기란...

 

 

  몸을 돌리고 “씨발!!”이라고 나에게 외치고, 맨 뒷자리에 앉아 분노에 찬 시선을 보내는 한 아이를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그 아이가 나를 인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 모든 능력을 총 동원했지만 변하지 않는 그 아이의 모습에 나중에 무기력감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학교생활 속에서 그 아이와 감정의 끈이 연결되어 줄다리기를 하고, 매순간 그 아이를 의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도대체 왜 내 노력을 몰라주는 걸까!

 

  졸업을 앞두고 그 아이와 화해를 하게 된 자리에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날 싫어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그 아이가 2학년 때 아빠의 폭력으로 인해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됐고, 4학년 때 새엄마가 들어오면서 그 아이 또한 집에서 나가야 했던 일을 겪게 됐다. 아빠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가득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내 목소리와 생김새가 그 아빠와 비슷하다보니 학교에서 나와의 많은 일들이 모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면 아빠가 떠올랐고, 분노의 방향이 나에게 향한 것이었다. 아이의 모습 뒤엔 이렇게 숨겨진 과거의 사건과 감정의 기억이 있었는데, 현재의 모습만 읽고 권위적으로 대하고, 유치하게 힘겨루기를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만들어 줬다.

 

  이 시기에 같은 반 아이들의 가출, 절도, 폭력 등의 여러 사건들을 접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하게 된 아이들의 ‘마음’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자 공부하게 된 심리극(사이코드라마), 가족세우기, 명상, 연극치료 등을 통해서 아이들 마음 뒤에 자리 잡고 있는 과거의 사건들과 인물, 정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죄가 없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물려주고 있는 부모와 교사가 그 아이들 뒤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더욱 감사한 것은, 배움 속의 치료과정으로 인해 권위적인 관리자에 대한 자동적 반감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게 됐고, 부모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내 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게 되면서 만족감과 행복은 조금씩 늘어가게 됐다. 좋은 부모,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내가 먼저 온전한 행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과 만족감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평온한 마음은 왜곡된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믿는다. 모든 것은 ‘마음’이다. 오늘 연수를 통해 전달되는 생활지도와 관련된 기법과 프로그램의 기록들이 많은 선생님들과 반 아이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서길 바래본다. 

 

 

이렇게 올해, ‘마음흔들기'를 시작하겠습니다!!!!

 

 




I. 마음흔들기의 핵심 원리


1. 놀이
아이들과 잘 노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잘 노는 것은 '자발성'이라는 너무나도 중요한 마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발성은 창조성으로 발전된다.

잘 노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학습과 생활지도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발생된다.

교사와 가까워지면 반 아이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 꾸중이나 체벌 없이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으며, 어떤 활동과 수업상황을 주더라도 적극 참여하게 된다.

즉, 함께 잘 노는 것은 모든 활동의 워밍업이다. (놀이성 → 자발성 → 창조성)

 

2. 교육연극 
연극이란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간다.

보통 무대 위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연극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했던 소꿉놀이가 연극이라는 것을, ~인 척하는 활동이 연극이라고 쉽게 생각하자.

교육연극은 공연과 관련 된 것이기 보다 놀이에 가까운 표현활동들이 많다.

자신의 감춰둔 이야기를 몸으로 조각을 만들어 보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을 친구들과 함께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 보고,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짧은 해설극으로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다루기 때문에 큰 효과가 있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비슷한 상황에 직접 들어가 정서를 경험하고,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3. 사진과 영상
사진과 영상이야말로 나를 볼 수 있는 객관적 도구이다.

사람들은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외면한다. 얼짱 각도와 사진이 잘 나오는 특정한 포즈의 사진에 만족하며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려 하지 않는다.

학급운영과 관련된 활동을 할 때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바라보게 한다.

처음엔 자신의 모습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던 아이들에게 얼굴표정과 몸짓 등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그리고 체험 과정 속에서 얻는 느낌과 사진과 영상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또 다르고, 단편적인 활동이 아닌 영원성을 부여해 준다.

 

4. 음악 
'모든 예술의 끝은 음악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음악처럼 좋은 게 없다. 아이들의 심장박동을 조절하고, 특정 활동에 몰입시키는데 음악은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도 음악과 조명의 변화에 따라 매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활동에 음악사용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용하는 음악들은 한국 영화의 OST들이 좋다. 슬픔, 분노, 사랑, 이별, 기쁨 등 많은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5. 글쓰기 
많은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또는 울컥하게 만들고 끝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서적 경험들을 인지적 상태로 바꿔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활동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내 삶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보게 하는데 간단한 글쓰기는 효과가 있다.

마음이 움직이면 아이들의 글은 굉장히 세련되게 바뀌게 된다. 좋은 생각에 밑줄과 코멘트로 피드백을 해 주고, 다음날 좋은 글은 전체 앞에서 읽어주면서 의욕을 만들어 주고, 활동의 의미를 다시 다지게 만들었을 때 더 큰 효과가 있었다. 

 

6. 상담
앞의 모든 활동은 아이들의 마음을 표출하게 만들다.

그 뒤, 아이들의 정서를 다듬고 보다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상담이다.

이벤트적인 활동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줄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이벤트로 끝난다.

여러 활동 속의 아이들의 정서를 읽어내고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상담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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