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흔들기(15) 29조각 

[학급경영/공정/세상알기/현명함]

 


공정함이란 것에 대해 도덕시간에 배우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좀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수업으로 접근하는 것도 있지만, 마음흔들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각 반에 프로그램을 적용시켰다.

예상한 것보다 결과가 좋았고, 아이들의 사고의 흐름을 잠깐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어서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



 

담임,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만난다. 

항상 공정하게 배분한다고 하지만 작은 것에 투덜거리고 언제나 자신이 불공평함을 호소하는 그런 경우 말이다. ^^ 

수학, 힘의 논리가 아닌.. 

인간적으로 사고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29조각이라는 활동을 준비했다. 




# 케이크를 29명에게 똑같은 크기로 배분하자! (수학적)


각 모둠을 정한 뒤, 모둠별로 A4용지 하나씩 나눠줬다. 

이 종이가 아주 비싼 케이크라고 가정하고 29명에게 똑같이 나눠줄 수 있도록 모둠별로 머리를 짜내라고 했다.

사실, 재빨리 나누기엔 상당히 애매한 29라는 숫자를 사용했다. 

왜냐하면, 세상은 똑같이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우선 수학적으로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칼이나 가위로 잘라서 결과물까지 책상 위에 올려 놓으라고 요구를 했다. 

 

아이들은 자를 이용해 종이의 가로와 세로 크기를 잰 뒤, 책상 위나 종이에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쉽게 생각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워하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조금 남으면 안되요?"

"선생님, 꼭 같은 모양으로 해야 하나요?"

"선생님, 모양이 조금 다르게 조각내면 안되나요?"



아이들은 여러 모양으로 잘라내 보지만 투덜거릴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 잘 안돼요.. ㅡㅜ 


 


시간이 약 10정도 소요가 됐음에도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이 작은 케이크 하나 29등분으로 나눌 수 없는데, 살다가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를 하겠니?

이건 케이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란다. 

우리가 사는 삶은 이렇게 공정하지 않는 상황이 많이 있고, 때로는 분배하는 입장에서, 때로는 받는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단다. 

그럼 인간적으로 생각을 해 보자.. ^^ 

 

 


 

# 수학적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인간적인 접근을 해보자고 했다. 

수학적으로 재빨리 29조각으로 나눌 수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케이크를 나눠 먹을 수 있을지 다시 논의하게 했다. 

약간 오류가 있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우선 수학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활동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행복'이란 것에 초점을 두고, 슬퍼하거나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팔씨름 대회를 하자고 이야기 하길래 힘의 논리로 나가다 보면 누군가 상처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힘이 아니라 만족스럽고 모두가 끄덕일만한 방법을 찾아보자고 조언을 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내가 칠판에 그려 놓은 조별 위치에 자신들만의 답을 적어내기 시작했다. 


 

몇 가지 눈에 들어온 방법들이 있었다. 

위에서는 아이스크림 숟가락으로 상대를 떠 먹여주면서 내가 욕심 부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떠 먹여주는 것도 인간적이라고 답을 했고.. 

케이크 하나를 30등분 낸 다음 29명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한 조각을 다시 30조각으로 나누고 29명에게 주고, 다시 남은 한 조각을 30등분... 이렇게 아주 작은 먼지(?)가 될때까지 조각내자는 의견도 인상깊었다. 


 

 


내가 초점을 맞춰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 것이 있었다. 

20~30년 뒤, 아주 중요한 자리에서 공정하게 무엇인가를 나눠야 할 때 어떤 식으로 사고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사회 지도층의 자리에서, 나라 예산을 나눠주는 자리에서, 부모의 자리에서...

매번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세상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한 것인지,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 보자. 

인간적인, 상대의 마음을 고려해서, 수학적 사고를 버리고 답을 만들어야 할때가 있단다. 

리더가 유치원생의 사고를 지닌다면 조직은 실패를 맛보고, 불평등과 아쉬움 속에서 분노를 갖게 되지만.. 

리더가 현명하면서 소통과 배려에 초점을 지닌다면, 그 조직은 행복과 손을 잡고 성공하지 않을까?


가끔 너무나 계산적이고, 수학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된다. 

주도형의 성격유형을 지녀서 그럴 수도 있지만, 돈이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이 활동, 수업을 어떻게 접했을까? ^^ 

 

 

 [아이들 소감]

 

 *29조각으로 정확히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생각했을 때, 

   충분히 29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덕이란 것은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정확해서는 안된다.

   인간적으로 서로 좀 더 생각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도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ㅅㄹ)

  

 *30년 뒤, 내가 높은 자리에 있는데도 오늘처럼 저럴까? 좀 후회된다.

   도덕은 수학적 사고가 아닌,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ㅈㅎ)

 

 *지금까지 공정하지 못했던 나를 떠올려본다.

   임원이니까 칠판에 이름 적을 때도 잘나가는 아이들은 안적고..

   친구들사이에서 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만 적었다.

   양심이 찔린다. (ㄷㅎ)

 

 *이 수업을 통해 도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학적 사고로 도덕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정말 합리적인..

   또 인간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도덕이라고 배웠다. (ㅅㅎ)

 

 *공정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조그만 케익을 29조각으로(도덕적으로)도 못 나누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느낀 점이 많았다. 현명해 질것이다. (ㅇㅈ)

 

 *공정한 배분은 이상적이다.

   형식적으로 배분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다가가서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ㅎㅊ)

 

 *사람은 살아가면서 공정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인간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느꼈다.

   나중에 이와 비슷한 상황, 

   더 중요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판단을 내릴지 내 자신이 궁금해진다. (ㅅㅇ)

 

 *공정하지 못한 우리의 생활에 대해 반성을 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만 이익이 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사회,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미래에도!!! ^^ (ㅁㅈ)

 

 *수학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을 땐 머리만 좋으면 할 수 있는데

   인간적으로 하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하니까 더 어려웠다.

   실제로 일어날 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 (ㅎㅇ)

 

 *공정함이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정하게 하기 위해선 현명하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ㅇㄷ)

 

 *29명에게 케이크를 공정하게 나눠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당황하기가 그지 없었다.

   처음엔 수학적으로 풀려니 쉬웠다.

   하지만 마음으로 풀려니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비록 이 세상과 이 사회는 공정하게만 살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방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ㅎㅇ)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주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적게 줬는데...

   그러는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나 학교에서 항상 공정하게 살아야 한다는 깨닮음이 있었다. (ㅎㅇ)

 

 *처음엔 모두 고민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재미있게 각자 자신이 생각한 답을 말하다보니 어느새 답이 나왔다. (ㅅㅁ)

 

 *어떻게 하면 공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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