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그리고 두려움....

 

1차시 수업을 하면서 상담센터의 사례들을 재구성해서 이야기 나누고, 각자의 안에 자리잡고 있는 용기를 느껴보게 했었다.

두려움과 용기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스펙토그램을 이용해 각자를 측정해 봤었다.

 

이번 시간엔 보다 현실적으로 수업을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도덕시간에 배운 것 따로, 실천하는 것이 따로라 아이들의 마음과 머리를 자극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에..

토론연극 기법을 살짝 차용하고, 교육연극 기법 중 터치를 이용해서 즉흥적으로 상황 속에 아이들이 몰입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은 과연 이런 형태의 수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도입

 

전 차시에서 용기와 두려움을 주제로 마인드맵을 그린 것 가운데 몇 개를 함께 나눴다.

아이들의 삶 속에서 용기가 필요한 상황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괴롭힘'에 초점을 맞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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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선택은?

 

교과서의 아래 그림을 제시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라며 질문을 던졌다.

약 2/3 정도의 아이들이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자신있게(?) 답을 줬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은 자신도 괴롭힘 당하까봐,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없다고 답을 하는 것을 봤다.

 

 

 

 

# 조각상 만들기

 

언제나 도덕책의 그림이나, 이와 관련된 영상을 보고 공부하는 것은 단점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대로 재연해 보자고 했다.

반에서 인정받고, 역할에서 벗어나도 괜찮을 한 명이 괴롭힘 당하는 역할로, 몇 명의 자발적인 아이들이 앞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조각상을 만들었다.

 

반 아이들이 만든 조각상을 보자마자 웃음이 교실에 가득했고..

앉아 있던 아이들에게 조각상에 어울리는 간단한 대사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돈내놔, 죽을래, 시끄러워, 맞을래 등의 대사를 조각상에게 부여했다. 

터치 기법을 이용해, 터치가 늘어날때면 자신의 대사를 조금씩 크게 말하기로 약속했다. 

터치가 반복될 수록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은 커지게 됐다. 

 

 


가운데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생각하고, 앞으로 나와서 도와주라고 했다. 

예상대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토론연극 진행방식처럼 다시 괴롭힘을 당하는 순간을 반복했다.

여러분이 이 친구를 도와주지 않으면 영원히 괴롭힘을 당합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앉아서 보고 있던 아이들은 불끈 뭔가 올라오지만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에게 반 아이들을 보면서 "도와줘!"라고 외치도록 했고..

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어쩌다 한 명이 나와서 도와주려고 하면, 그 아이까지 괴롭힘 당하는 모습으로 상황을 진행시켰다.

자리에 앉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접하게 됐다.

 

"처음엔 도와주겠다고 한 친구들은 왜 침묵하고 있나요!"라는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인다.

 

"도덕 수업 어렵죠? 이게 현실입니다."

 

 

 

# 질문하기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물어봤다.

"왜 앞으로 나와서 도와주지 않나요?"

여러 명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도 괴롭힘을 당할까봐 무섭다, 용기가 없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책임감이 분산되어서 나 아니면 누군가 도와줄 것이다는 생각이 심리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집에 가서 발을 펴고 잠을 잘 수 없는, 내일 아침에 멍이 들어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을 짝꿍이라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 영웅처럼 뭔가를 해결하는 것은 무모함이고, 잘못된 의미의 용기라고 했다.

보고 아무런 것을 하지 않고 지나치면, 도덕책에서 말하는 '비겁함'이 되겠지만..

진정한 용기는 현명하게 대처 하는 것이다는 이야기와 함께 소집단 별로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게 했다.

 

 

 

 

 

# 해결책을 찾다!

 

소집단 별로 찾아낸 해결책은 다양했다.

경비아저씨가 등장하기도 했고, 핸드폰으로 신고를 해서 경찰이 출동 하는 등..

소집단에서 낸 해결책을 그대로 앞에서 재연해 봤다.

과연 얼마나 현실적이었을까?

 

 

 

경비아저씨가 등장한 경우, 별 효과가 없었다.

가해자 학생들이 아저씨에게 대들었으니 말이다.

경비 아저씨는 움찔했고..

 

 

 

친구들을 불러서 떼로 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여지없이 실패하고, 피해를 당하는 아이는 더욱 힘든 상황 속에 접하게 됐다.

 

 

그러다 현명한 방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몰래 핸드폰으로 먼저 그 장면을 촬영한다는 것이다.

그 뒤에 신고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고를 한 뒤, 누군가 오기 전에 이 아이들은 사라지기 때문에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또, 멀리 달려가면서 호루라기를(도덕수업을 통해 평소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불면 된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소리에 민감하고, 혹시나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고..

 

가까운 안전지킴이를 이용하거나, 불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앞에서 재연해 보면서 아이들이 도망을 가게 되면 우리들은 박수를 치고 좋아했고..

생각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더욱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자극한 것이 소집단 토의에 힘을 불어넣은 듯하다.]

 

 

무모한 용기, 비겁함, 현명함, 진정한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수업을 떠올리면서 길을 가다, 학교생활을 하다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다짐을 했다.

 

 

 

공부와 삶을 최대한 연결시키기 위해서...

교육연극 기법 중, 조각상만들기와 터치기법을 사용했고..

보알의 토론연극과 심리극의 미래상황을 해결하는 기법을 응용했으며..

T.I.E 기법도 살짝 차용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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