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이불 여러 겹이 총알을 막아준다는 이야기에 동네 분들이 집에서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겐.. 그리고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겐..
'5.18'이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그래서 준비한 특별한 수업 '오월 이야기'
2004년도에 교육청에서 배부한 장학자료와 KBS에서 방영했던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영상..
그리고 영화 '화려한 휴가'의 예고편 등을 활용해 영상 수업, 교육연극을 통한 간접체험을 해 봤다.
이 수업으로 반 아이들이 '5.18의 역사적 의의와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알아 보자'는 목표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2차시로 구성되었다.
1차시 : 장학자료 '오월 이야기'에 첨부된 파워포인트 자료와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영상으로 5.18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경과, 그리고 의의에 대해 알아 보기.
2차시 : 5.18때 있었던 일들을 해설극을 이용한 즉흥활동으로 간접 체험해보고 글쓰기.
정말 장학자료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장학자료의 파워포인트엔 '다큐멘터리 5.18'의 영상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내용과 영상, 그리고 정리까지 잘 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들에게 좀 과격하다 싶은 영상은 재빨리 돌려가며 80년 5월의 기록들을 보게 됐다.
아이들의 집중. 그리고 침 튀기며 해 준 이야기들..
(장학자료의 내용 일부는 아래에 첨부하려 했으나 용량 초과로.. ㅡㅜ)
2차시의 연극체험 활동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0일간 일어났던 사건 가운데 주요 사건들을 추려내 '프로세스 드라마'기법으로 진행되었다.
준비한 멘트에 따라 아이들은 듣고 즉흥적으로 동작하고, 멈추고, 말하는 등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재현해 봤다. (역사적 사건의 순서 : 아래에 첨부)
대학생들과 시민들에 초점을 맞췄지만.. 활동 중간 중간의 인터뷰활동을 통해 군인들의 심정도 확인해 보면서 진행했고..
너무 심각하게 진행하지 않기 위해 웃음적인 요소도 살짝 가미하면서 신문지 놀이 활동 또한 삽입해 하게 됐다.
체험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수업을 통해 느낀 점들을 써 보게 했다.
평소보다 가슴 깊게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반응
*한 사람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이렇게 무참한 결과를 빌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TV나 동영상으로 볼 때는 '아, 징그럽다. 저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어떻게 막 패고 총으로 쏘고 무자비하게 굴 수 있을까?'라는 생각 밖에는 나지 않았지만 직접 체험을 해보니 더 화가 났다. 우리는 올바른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했으나 그것으로 옆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거나 아내면 내가 신문지로 잠깐 맞았을 땐 정말 정말 화가 났다. 무엇보다 이런 사건들이 광주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더 화가 났다. 이번 체험을 통해 그 때의 억울함, 분함 등을 느낄 수 있었고, 5.18이란 날을 더 존중해 주고 싶어졌다. (ㅈㅇ)
*이 수업으로 생각한 게 많았다. 내가 군인역할을 하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시민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웃고 놀면서 신나게 했지만 이게 진짜 상황이었다면... 내가 진짜 군인이고 내 친구들이 진짜 시민이었다면 난 정말 괴로워서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 광주 시민들이 정말 불쌍하다. 5.18을 잊으면 안 된다. (ㅈㅇ)
*처음엔 군인역할을 하면 신문지로 친구들을 조금 때릴 수 있다고 해서 나섰는데... 실제로 해 보니 끔찍하고 참혹스런 일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 죄 없는 시민을 죽이고 때리다니... 나까지 화가 났다. (ㄷㅈ)
*내가 군인이 되어 명령을 받으며 행동을 하니 시민들에게 미안했고 죄책감이 들었다. 현재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렇게 웃으면서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18때 시민들의 기분과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ㅅㅇ)
*5.18에 관한 영상을 보고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연극을 막상 해 보니 너무 화가 났다.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맞을 수 밖에 없었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며 더욱 화가 나고 슬펐다. (ㅅㅈ)
*영상도 그랬지만 체험한 것때문에 정말 기분이 나빴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린다니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신문지로 맞을 때 군인역할을 한 친구들을 정말 때려주고 싶었다.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ㄱㅊ)
*전에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많이 울고, 알게 된 것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을 수업으로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고, 다치고, 울고, 실종되다니.. 왜 이렇게 나라를 다스려야 했을까? (ㅁㅇ)
*이런 걸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ㅅㅈ)
이 세상 살아가면서....
각자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일들이 너무 많은 듯 하다.
수업도 그렇다. 계기교육을 해야 하는가, 넘어가야 하는가...
하지만 이 주제 또한 꼭 다루고 넘어야가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 오후에 시간을 겨우 만들었다.
역시 아이들은 이 날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화려한 휴가를 통한 내용에 길들여 있었다.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서 원인과 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진행하고, 시민들의 마음에 초점을 두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을 계기로 5.18을 접하고, 자라면서 자신들만의 가치관이 생기리라 믿는다.
사건들을 재현을 해 보는데..
아이들은 재미있나보다. 같은 친구끼리 군인도 했다가 시민도 했다가..
때론 신문지를 던지거나 말아진 신문지로 친구를 살짝 때리기도 하니까 웃고 즐기는 듯 했다.
그래서 활동이 끝날 때면..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이란 물음으로 생각해 보게 하고..
글을 쓰며 선생님이 왜 이런 수업을 하는지 이유 또한 생각해 보게 했다.
아이들 글을 읽어보니..
활동은 즐거웠지만 마음에 담았던 것들은 굉장히 진지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깊게 생각하고 있었고, 역사를 뚫어보는 눈 또한 지니고 있었다.
'용서'라는 주제로 공수부대원으로 광주에 왔다가 참회하는 내용의 영상과..
몇 편의 다큐멘터리도 확보했는데 짬 시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5.18 이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사회 현상과 역사에 관심 갖는 우리 반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참, 소극적이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이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활동을 보며 앞으로 더 가슴을 열 아이들이 보인다.
수업 관련 영상 자료
*푸른 눈의 목격자 : 독일인 '한트팬터'기자의 취재기 (일요스페셜 방송)
*다큐멘터리 5.18 : 5.18의 전 과정을 다룬 가장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광주 MBC 상영)
*기억을 기억하라 : (5.18 기념재단)
*5·18 광주민주화 운동 (5.18 기념재단)
*KBS용서(6편) : 광주사태 진압군_용서받아야 할 자와 용서해야 할 자_용서도 기회의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