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흔들기/학급]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

[가족/생명/감사/부모]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엄마 닭이 되어 알을 품다!' 활동을 준비하려는데..

이번엔 감사하게도 동학년 선생님 모두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해 주셨다.

와...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행복인데,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함께 활동을 하게 된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할 뿐이다.

 

학년 회비로 교재연구실에 달걀 7판을 쌓아 놓고...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진행하는데 여러 경험들이 있어서 여유롭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초반 진지함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느냐가 성공 요소인 듯 하다.

예전 경험들과 달리 재미난 일들이 이번에 발생됐는데.. 이런 경험들이 날 더욱 즐겁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이번 활동 기록을 아래에 소개해 본다.

 

 

 지난 활동 기록 (이 활동의 탄생 및 특성, 결과물)

 2010년 (불로초 6학년) : http://blog.daum.net/teacher-junho/17031656

 2009년 (어등초 4학년) : http://blog.daum.net/teacher-junho/17031438

 2008년 (어등초 6학년) : http://blog.daum.net/teacher-junho/17031317 

 

 

먼저 반 아이들에게 지난 활동의 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활동을 통해 지난 제자들이 느꼈던 감동, 부모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두 편의 글을 읽어주면서 의욕을 만들어 주고..

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해 봤다.

예상대로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다. ^^

 

내 딸이 태어난 영상을 보여주고, 활동에 들어가기 전..

예전엔 교육연극 기법을 통해서 엄마, 아빠의 옷을 입혀줬다면...

아주 중요한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잠깐동안, 최면과 비슷한.. 심상화 작업을 하게 됐다. (나도 여러 내공이 생긴 뒤라.. ^^ )

 

 

  잠깐만 눈을 감습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쉽니다.... (중략)

 

  잠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조금씩 어린 나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잠깐만 초등학교 5학년일 때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4학년이 되고, 3학년..... (중략)

 

  이제 여러분들은 산부인과 병원 분만실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은 조금 전 막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지 이 새로운 세상이 너무나 낯설고, 두려울 뿐입니다.

  그 때 누군가 여러분을 감싸고 엄마 품으로 데리고 갑니다.

  엄마는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여러분을 바라보고

  여러분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

  .

  (중략)

 

이렇게 태어나던 순간을 재경험해 보고, 엄마가 나를 그렇게 만난 것처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옷을 부여하고, 새로운 생명 '달걀'을 사람처럼 대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

언제나 중요한 의인화, 생명을 느끼게 하도록 얼굴 그리는 작업이 우선됐고..

얼굴 뒷 면엔 이름을 지어서 써 보도록 했다.

 

이렇게 반 아이들은, 아주 진지하면서 즐겁게 각자의 자녀와 첫 만남을 시작했다. ^^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얼굴이 탄생했다.

잘 그려보자는 차원이 아닌, '내 아이가 어떤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 좋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얼굴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했고..

어떤 의미가 담긴 이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을 줬다.

 

이렇게 각자의 아이들 얼굴을 그려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가고..

아래와 같이 가족사진(?)을 찍어줬다.

며칠 뒤, 현상해서 평생 기념으로 남겨줄 것을 다짐하며... ^^

 

 

 

 

각자의 자녀에게 '안녕? 난 네 엄마야' 등의 인사를....

그리고 미소 지어주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 줄 시간을 준 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다짐의 글을 써 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현재 자신의 초등학생 생활 속에서 좋았던 것들을 더욱 살리고, 답답했던 것들을 제거해서 내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적어보도록 했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학원에 대한 글들이 많은 듯 하다.

여러 특성이 있는 글들 가운데 한 편만 아래에 소개해 본다.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

 

  내가 지내면서 부모에게 불평을 한 것들을 내 딸에겐 주고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서운했던 점 “왜 엄마는 다른 엄마와 다를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내 경험을 살려서 잘 키울 것이다.
  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딸에게 강요하여 시키고 싶지 않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까지 배려하며 키워 훌륭한 아이로, 사람으로, 쭉 키워갈 것이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까페에 데려가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내면서 갖고 싶은 휴대폰, 학용품,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도 내 딸을 배려하여 사주고 싶다.
  내가 내 딸이 잘못했다고 이거하라, 저거하라, 하지마라 등 이렇게 말해 스트레스 주지 않고,

  자신이 먼저 통제하여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해주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주고 싶은 것 다해주고, 갖고 싶은 것 다해줘서 버릇없게, 나만아는 사람으로 키우진 않을 것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예절 또한 틈틈이 알려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내 아이를 마음도 예쁘고 겉모습도 예쁘고, 사람들에게 놀림받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사람으로 키울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이런 글들은 또 다른 활동에서 다루기로 하고...

내가 부족한 것들을 다 채워주겠다는 그 마음이 현재의 삶에서 내 부모의 행동 중 무엇과 연결 됐는지를 잠깐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때론 내 아이에게 다 해주겠다는 생각이 아이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도 돌아보게 했다.

각자의 통찰이 생길 기회를 주고.... ^^ 

 

예전의 활동과 달리 이번엔 좀 특별한 운영을 했다.

"여러분이 지금 6학년 5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부모님이 여러분을 단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소중히 잘 키워주셨기 때문입니다!"

라는 문장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깨지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달걀이 깨지면 체념을 하거나, 너무 슬퍼하는 등의 모습이 기억났다.

 

예전 경험을 보면 어딘가에 이동할 때, 담임인 내가 운영하지 않는 다른 수업 시간일 때 달걀이 많이 깨지는 것이 생각나서..

호텔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걀판을 호텔이라 칭하고.....

교담 시간엔 이곳에서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도록 했더니 이것 또한 특별한 재미가 있었다.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반 아이들의 시선을 모았고, 수업 하러 가는 동안 아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수업 끝나고 달려와서는 내 아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데려가는 모습 등... ^^

 

아이들은 이 호텔을 본따서 유치원도 만들고 아이들이 모여서 할만한 장소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 내 자녀가 잘 되면 좋겠다는 등의 생각과

약간의 질투심이 작용이 되어서 다양한 집들이 탄생됐다.

어디서 어떻게 박스와 소품들을 구했는지 모르지만 뚝딱뚝딱 많은 것들이 만들어 졌다.

카메라렌즈를 망원으로 교체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의 부모역할을 지켜보면서 자꾸만 즐거운 웃음이 나왔다.

 

우선 다양한 집들을 아래에 소개해 본다. ^^

 

 

사물함에 있던 작은 티슈 상자를 이용해 집도 만들고..

 

이 집에 친구들이 놀러왔고.. ^^

 

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리고 종이컵으로 만든 아주 작은 집.. ^^

 

칸이 있는 플라스틱 포장상자를 이용해 만든 집. 학교 정원에서 꽃을 따와서 장식까지... ^^

 

아이가 추울까봐 따뜻하게 감싸 놓기도 하고.. ^^

 

박스에 칸막이를 달아서 용도를 구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할 공간을 만들고.. ^^

 

필통을 이용한 집까지.. ^^

 

 

 

쉬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다.

언제나 그렇듯.. 서로의 자식자랑을 해대는 것을 넘어서 초대하고 초대받고..

때론 아이를 맡기고 볼일을 보고 돌아오고, 음악을 들려주거나 따뜻한 햇살을 선물해 주는 등

따뜻한 마음의 반 아이들을 보게 된다. ^^

 

 

쉬는 시간, 서로의 아이들과 함께.. ^^

 

아이들이 심심할거라며, 놀이공원에 간 아빠들... ^^

 

 

정말 조심하고, 조심하게 운영을 하지만.....

달걀이 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달걀이 깨진 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번엔 좀 특별한 일이 있었다.

예전엔 그냥 닦아서 화장지 뭉치를 장례식장으로 보냈다면, 이번엔 아이들이 정성껏 관을 만들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슬퍼하고, 기도해 줬다는 것이다.

어쩜 그런 생각을 했는지.... ^^

 

 

사실, 이런 관(?) 아이디어 덕분에 뒷 처리가 너무 깔끔했고....

조금 더 진지한 모습들이 많았다.

 

 

 

실수로 아이가 떨어짐.. ㅡㅜ

 

정성껏 관(?)을 만드는 아이들..

 

장례식장의 죽은 아이.. ㅡㅜ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활동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내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내 아이를 바라보게 했다.

언제나 중요한 마무리였기에....

가족세우기 기법 중 한 가지를 응용했다. ^^

 

 

 잠깐만 눈을 감습니다.

 오늘 만나게 된 소중한 내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잠깐 불러 봅니다.

 (중략)

 이제 여러분 앞에 서 있는 부모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기만 합니다... ^^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저에게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략)

 

 

아이들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생겼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 마음으로 오늘 소감을 쓰게 했고...

내 부모를 바라보는 눈을 점검하도록 했다.

마음흔들기 공책에 쓴 아이들의 소감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해 본다.

 

 

 

 

 

 

  아이들의 소감

 

  내 아이를 보면서.... 예쁜 아이가 내 품에 있으니 참으로 기뻤다.
  아이는 소중히 다루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점을 배우고 느꼈다. (김예진)

 

  내 엄마는 나를 낳고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크나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아이를 보호하려고 기쁘게 해주려고 이런 마음과 생각은 내가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게 해줬다.
  이 아이를 내가 떨어뜨리는 순간 내 마음은 어땠을까?
  나를 처음 안아본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 웃으며 노는 모습은 나를 항상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아가야 건강하렴~ ^^ (심지윤)

 

  이 활동을 통해 책임, 믿음 그리고 소중함을 느꼈다.
  내가 책임감이 없다면 이 아이는 벌써 깨지고 없을 것이다.
  내가 상처가 나고 미운 짓을 했을 때 우리 엄마와 아빠도 내가 귀찮고 버리고 싶었을까?
  또 깨질까봐 불안해도 잘 보살피지 못했던 나처럼 우리 부모님도 고민한 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알게 된다.
  매일 나에게 칭찬해주시는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
  사랑해요, 엄마, 아빠!! (서은진)


  부모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정말 잘 알게 됐다.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소중히 다루게 됐다.
  혹시 깨질까봐 휴지 위에도 놓고, 솜에도 나누어 놨다.
  내가 아이를 떨어뜨리면 죽는 것처럼 부모님이 내가 어렸을 때,

  나를 떨어뜨리셨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점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모님께 감사!! (이유진)


  엄마 닭이 된 이 순간..
  나는 엄마가 되어 내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
  내 부모님은 어땠을까......
  내가 상처가 났을 때, 우리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어렸을 때, 스탠드 유리 조각에 귀가 다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도 남아 있는 내 상처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은 정말 마음아파 하시겠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식이 다치면 슬퍼하는 그런 마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오늘 난 믿는다.
  우리 부모님께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를 지켜주신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실 거라는 것을 간절히 믿고 또 믿는다. (박주영)

 

 

참, 이번 활동에서....

얼굴을 그리다 금이가고 약간 파인 아이가 탄생했다.

이 아이를 보면서 놀리는 반 아이들을 보게 됐다.

그 아이들의 삶의 태도라 생각하지만......

이 달걀의 부모역할의 아이 얼굴표정에서 체념을 읽을 수 있었다.

"네 부모가 팔이 부러지거나 조금 다쳤다고 널 포기했을까?" 라는 말을 던졌다.

이내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역시 기본적으로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남을 놀리는 몇 명의 아이들의 몸과 말을 읽게 됐다.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예방하고, 잘 대처해야 하는지가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

 

 

 

 

 

사실, 이 활동을 통해 많은 것들을 읽게 된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집착이 있는 아이들, 현재 부모님께 불만이 있는 아이들, 소중함에 대한 각자의 생각...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넘어, 가족... 사랑... 감사..... 에 대한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를 보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나에게 준 생명이고..

기억나지 않은 어렸을 때,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워주고 사랑해 줬는지.. ^^

그리고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것은 내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것임을 알려 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동학년 선생님들 반응도 너무 좋았다.

처음 도전하고, 어떻게 도입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리고 너무 힘든 활동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마지막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선생님들도 행복해 졌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이 활동을 하고 후기를 올려주셔서..

감사, 감동.. ^^  함께 해서 더욱 행복한 활동이라 하겠다.

 

 

 

 

 

 


마음 흔들기

저자
서준호 지음
출판사
지식프레임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변화와 감동이 있는 교실 힐링 프로젝트 2012 다음 우수 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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