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란? 그리고 학생이란? 

[마음흔들기/집단상담/이해/성찰/6학년]



최근 이주영선생님이 진행하는 원격연수(최고의 초등상담, 공감과 치유의 상담기법)를 인상 깊게 들었다. 

내 전공이 심리치료 분야라 상담기법이 매우 중요한데, 오프라인에서 상담센터와 학회의 자격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접하고 싶었는데, 기법 위주의 '공감과 치유의 상담기법'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연수 중간중간,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읽어나가고, 진행하는 이주영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몇 가지 마음 흔들기 작업이 떠올랐고, 과거 내 활동과 결합하고 싶은 몇 가지 활동도 떠올랐다. 


먼저 '내사'에 대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내사란 타인이 나에게 준 목소리란 뜻인데, 연수에서는 '선생님이란?' 이란 주제로 대화가 진행됐는데 공감했던 것들이 많았다. 

교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여줘야 하는 이미지 때문에 행동과 판단의 제약이 따라서 곤란한 경우가 가끔 있었기 때문이다. 

건널목에서도, 길에서도 매우 조심하는 것도 많았고,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도 많았던 기억이 났다. 

사회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그 많은 시선에 대해 그것에 맞게 나를 조절하려고 했던 힘든 노력도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성격유형검사를 공부하면서 '난 나답게 살아야 해!'란 멋진 생각의 변환을 만나고 좀 더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났다. 



생각해 보니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이 '내사'와 관련된 사고가 자리 잡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기준,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고, 학부모가 학생을 바라보는 기준 등에 대해 잠깐 다듬어 볼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선생님이 완벽할 순 없고, 모든 학생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서로가 유연하고, 부드럽게 바라볼 필요성을 만들어 준다면 학생들에게도 나와 동료교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학기 시작이라 몇 개 반이 진도의 여유가 있어서 도덕 시간으로 진행하고, 우선 3개 반 학생들과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예전 영재교사로 몇 년간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경험을 응용해 보기로 했다. 

영재반 아이들과 첫 만남 때, 기고만장한 아이들에게 "영재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란 내 질문에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모두 칠판에 쓰고, 그 기준에 모두 도달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던.. 학생들에게 겸손함과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어 줬던 방식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에 자리하자 질문을 했다. 

"너희가 생각하는 선생님에 대한 기준이 뭘까?"

칠판에 '선생님은?' 이란 말을 붙여 놓고 그다음 문장을 포스트잇에 작성해 자유롭게 붙여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모둠별로 준 사인펜을 들고 쓱쓱 적어서 순식간에 칠판에 붙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뒤에 올 말도 생각해서 포스트잇에 적은 뒤, 칠판에 붙여보도록 했다.  

우선 아이들이 쓴 내용을 아래에 약간 공개를 해 보면.. 


 

 [선생님이란?]

 *공평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모든 학생에게 평등해야 한다. 
 *재미있어야 한다. 
 *제자들을 이해해야 한다. 
 *학생의 미래를 도와줘야 한다. 
 *잘 가르쳐야 한다. 
 *착해야 한다. 
 *학생과 친해야 한다. 
 *학생을 기쁘게 해야 한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 
 *배려 해야 한다.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지식이 있어야 한다. 
 *젊어야 한다. 
 *뛰어나야 한다. 
 *화를 내면 안 된다.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해 줘야 한다. 
 *학생들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똑똑해야 한다. 
 *철학적이어야 한다. 
 *차별하면 안 된다. 
 *센스가 있어야 한다. 
 *앉아있으면 안 된다. 
 *인내가 있어야 한다. 
 *긍정적이어야 한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친구 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사적인 화를 학생들에게 풀어서는 안 된다. 
  [학생이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예의범절을 지켜야 한다.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가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착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면 안 된다.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 한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쉬는 시간엔 자유로워야 한다. 
 *맡은 일에 충실해야 한다. 
 *이 있어야 한다. 
 *실천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생님을 존경해야 한다. 
 *선생님에게 대들면 안 된다. 
 *긍정적이어야 한다. 
 *담배를 피면 안 된다. 
 *놀아야 한다. 
 *눈치가 있어야 한다. 
 *싸우면 안 된다. 
 *선생님을 좋다, 나쁘다 평가해선 안 된다.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적당히 해야 한다. 
 *욕을 하면 안 된다. 
 *폭력을 쓰면 안 된다. 


 

 

매우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하나씩 적혀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평등해야 하고, 차별하면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주 많아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무래도 서운한 부분이 학생들에게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주영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반대로 생각할 기회를 부여했다. 


"매순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면, 열심히 한 누군가에겐 칭찬하는 것도 줄여야 하는 것이니?"


순간 아이들에겐 침묵이 찾아왔다.   

이런 식으로 몇 개의 문장에 대해 다른 생각 거리를 부여했다. 

선생님이 화 내는 것, 감정노동자의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몇 개의 예를 들어주고는... 


너희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 모든 기준에 맞는 선생님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찾아온 학생들의 침묵.. 


이 기준이라면 나 또한 상처받을 몇 개가 자리 잡는다고 이야기 했다. 




반대로 학생에 대한 것을 살펴봤다. 

학생이 갖춰야 할 것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너희는 이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 어른들이 너흴 바라보는 시선은? 





성격유형과 심리치료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모든 사람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자신만의 길과 운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우리 각자가 상대를 바라보는 기준이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리고 뛰어난 부분과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것에 손을 내밀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잔잔한 음악을 틀고 학생들의 눈을 감게 한 뒤.. 중요한 문장을 나눴다.  



내가 선생님을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 잠깐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서도 떠올려 봅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선생님과 부모님 또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습니다. 

당신에 대한 기준을 제 마음대로 정해서 미안합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절 무조건 맞추진 않겠습니다. 

우린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이 문장을 작게, 소리내어 말한 뒤.. 

아이들의 얼굴에서 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  

 

 

 

  [아이들의 소감]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살지 않으면 좋겠다.

 

 *선생님과 학생은 완벽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 원하는대로 될 수 없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기준을 너무 세게 정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모두 완벽할 수 없다.

 

 *내가 담임 선생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착각한 만큼 내 선생님에 대한 실망도 컸다.

   하지만 이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선생님도 우릴 고정관념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우릴 있는 그대로 봐야 하고, 학생도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선생님, 학생, 부모님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다르지만 완벽할 순 없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은 완벽할 수 없고..

   엄마, 선생님이 원하는 것처럼 나도 완벽할 수 없다.

  

   *내가 선생님의 기준에 대한 편견(?)같은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생님은 화를 내선 안되고,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기준을 바꿔야겠다.

 

  *우리들의 선생님 기준과 학생기준을 알게 됐다.

    선생님이 싫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마음흔들기 수업을 통해서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말고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 부모님 모두가 우리를 같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말이 좋았다. 


 *내가 가진 생각을 친구들도 말해서 속이 시원했다.    

 

 

 




이 마음 흔들기 활동은 학생과 선생님 관계에서만 자리 잡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선 성격유형에 대한 글을 좀 더 보충하고, 마음 흔들기 부서 아이들과 할 성격유형 워크숍에 대한 것도 연계할까 한다. 


우선 2학기 시작으로 서로 이해하고, 좀 더 마음 편안하게... 

(특히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 많은 반에) 이해하고, 기준을 낮춰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좋았다. ^^ 





 


 








추가 시간이 생겨서 부모님자녀에 대해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내가 진행하는 부모-자녀 워크숍에서도 훌륭한 자료가 되고, 아이들에게도 의미 가득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부모님과 자녀에 대해 아래 소개해 본다. 


아래의 자료 또한 내가 학생을 바라보는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학생들이 삶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님은?]

 *자녀를 지켜줘야 한다.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 
 *자녀를 존중해야 한다. 
 *자식에게 욕을 하면 안 된다.
 *착해야 한다. 
 *자녀를 이해해야 한다. 
 *자녀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자녀를 사랑해야 한다.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 
 *자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자녀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 
 *자녀가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 
 *가족에 대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면 안 된다.  
 *자녀를 믿어야 한다.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자녀에게 폭력적이면 안 된다. 
 *자녀를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 
 *착해야 한다. 
 *자녀를 이끌어 줘야 한다. 
 *자녀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자녀와 마음이 통해야 한다. 
 *자녀와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사랑해야 한다. 
 *부모를 따라야 한다.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부모에게 대들면 안 된다. 
 *부모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 
 *부모의 노력을 알아야 한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부모와 화목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부모의 보물이다. 
 *부모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 
 *부모를 믿어야 한다. 
 *부모를 존경해야 한다.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를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 
 *부모에게 잘해드려야 한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부모에게 항상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부모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 
 *부모를 슬프게 하면 안 된다. 
 *부모를 모셔야 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부모에게 받고, 다시 돌려줘야 한다. 
 *부모를 위해 사고를 치면 안 된다. 


 

 

 



 


 


마음 흔들기

저자
서준호 지음
출판사
지식프레임 | 2013-07-25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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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책소개
변화와 감동이 있는 교실 힐링 프로젝트 2012 다음 우수 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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