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약식진행)

[마음흔들기/학년말 활동/집단/화해]

 

 

내일 졸업인데, 6학년 부장이라 정신이 없네요.

생각해보면 마지막 날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아이들을 떠나 보내야 할 듯합니다.

오늘도 하고 싶은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강당에 졸업식장을 꾸미고, 파워포인트 점검하고, 영상 확인하고, 상장과 상품을 옮기고, 반 아이들과 두 시간 동안(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ㅜㅜ) 졸업식 연습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마지막 날 또한 집중이 생기지 않을 것은 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헤어질 것이냐!>인데 이런 식으로 정신없게 작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지요.

그래서 미리 작별하는 시간을 꾸려봤습니다.

제 마음 흔들기 책에서 자세하게 풀었던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활동을 약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젠장, 약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니.. ㅜㅜ)

책은 이렇게 시작되지요. ^^

 

 

 

 

이곳에 기록했던 방식의 초기 기록은 아래 링크와 같습니다.

http://blog.daum.net/teacher-junho/17032149

 

 

이렇게 진행할 수 없다면, 가장 중요한 관계 속에서 응어리만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싸움이, 따돌림이, 상처가, 질투가 중학교로 이어지지 않도록 때론 특별한 의식과도 같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잘 풀고 가는 학생도 있지만, 풀어내지 못하는 학생도 있지요.

하지만 한 명이라도 얽힘이 풀어진다면 의미 있잖아요. ^^

 

잔잔한 음악 한 곡을 재생한 뒤, 약식으로 진행한 방식은 이랬습니다.

 

 

1. 눈을 감고 1년 동안 교실에서 관계 속에서 힘들었던 것을 떠올립니다.

2. 원으로 서로 마주 보고 섭니다.

3. 눈을 바라보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문장을 따라 말합니다.

 - 혹시 내가 널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정말 미안해.. 용서해 줘

 - 사과해 줘서 고마워. 널 용서할게

 - 중학교 가서 잘 살아. 널 응원할게 등..

4. 말한 뒤 내 마음의 변화, 상대방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5. 바깥쪽 원 학생은 오른쪽으로 한 걸음 이동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 뒤

6. 2~4번을 새로운 짝과 경험합니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진지해졌답니다.

의도적으로 원 안쪽과 바깥쪽에 서로 다투었던 학생들을 배치했고요..

그 학생들이 서로 만나게 되면 문구를 조금 변형해서 사용하기도 했지요.

 

 - 나도 모르게 널 상처 줬어.

 - 널 상처 주겠다고 계획하고 태어나진 않았어.

 - 난 단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야.

 - 나도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

 - 너에게 상처 줘서 미안해

 - 용서해줄 수 있겠니 등

 

다양한 조합으로, 때론 전체를 위해

때론 마주 보는 두 명을 위해 문장을 구성해

감정을 풀어내고, 다독이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남, 여로 세우고, 작은 원과 큰 원으로 사로 마주 보게 합니다.

 

 

 

 

 

처음엔 상대방 때문에 힘들었던 것은 없는지

또는 내가 상대방을 힘들게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라는 문구 위주로 따라 하게 했지요.

 

 

 

그다음엔 고개를 살짝 숙여 (절대 종교적이지 않게, 편안하게) 상대방이 잘되길 마음으로 빌어줍니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에 찾아온 변화를 살짝 느껴봅니다.

 

 

 

그다음 중학교 가서 잘 살아~ 하는 마음을 담아 포옹 또는 악수하게 합니다. ^^

용서와 화해의 문구 뒤엔, 이렇게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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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빠져 있었어요.

항상 이 활동을 진행하면서 이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음악도 틀고, 문구도 주고, 틈을 내서 사진도 찍고요..

 

그래서 반 아이들 모두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마음 담아 이야기를 건네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원을 풀고 선생님에게 한 줄로 오면 저는 한 명씩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 너와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했단다.

 - 네가 변하는 모습은 선생님에게 감동이었지

 - 네가 화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뻐

 - 너는 선생님에게 가르치는 재미를 선물해 줬단다. 고마워

 - 네가 보낸 문자가 가끔 선생님을 힘 나게 했어. 고마워

 - 네가 행복하게 중학교 생활하길 선생님은 진심으로 응원할게

 - 고마웠어. 네가 수업 중에 보여준 미소는 열정적인 교사로 만들어 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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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씩 말을 건네면서 말 속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담았습니다.

눈을 바라보며 건네는 진심이 서로에게 잔잔한 이별을 만들었으리라 봐요.

 

아이들 모두 잘 되면 좋겠습니다.

 

아.. 이제 몇 시간 뒤면 졸업식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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