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도전과제는 아이들에게 황당하게 다가갔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천원이라니....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는 세상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내 줬는데.. 정말로 한 아이가 세상을 바꿔버린다.

이런 에너지는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황당한 과제를 내 줬다.

(내 지갑 속의 출혈은 컸지만... ㅅㅅ;)

 

은행에서 바꿔온 천원짜리 36장을 조심히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가장 값지게, 의미있게 써 보라고 했다.

나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되면 남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냥 사용해서도 안되며, 최대한 고민해서 최대한 소중한 의미를 담아서 사용해 보라고 했다.

기간은 일 주일이며, 그때까지 사용하지 못하면 다시 나에게 천원을 반납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이제 막 과제를 내 줬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

(아이들의 반응 : 과제 수행 후)

 

2006. 4. 10

 

*휴........

너무나도 나에겐 어려운 과제였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 이 고민 때문에 잠을 못자고 뒤척거리던 나는 갑자기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이불 속에서 나와 컴퓨터를 키고 한글 2004에서 무언가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천원을 봉투에 넣어 내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봉투를 넘기는 것이다.

그럼 봉투를 받은 사람은 또다시 천원을 넣어 넘기고... 또 천원을 넣어 넘기고...

이렇게 가다보면 100만원도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봉투에 천원을 넣고 내 심정을 담은 종이도 함께 넣었다.

우리 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다.

내 생각으로써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믿고,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을 믿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사람들의 사랑이 담긴 천원으로 어려운 분들께 쓰여지면 좋겠다.

(참고로 난 엄마에게 넘겼다!!!) (우연)

 

*이 놈의 천원........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나 원 참....

그래도 이것 처럼 정말~~~ 오랫동안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휴... 원래 나는 고민만 하다가 깜빡 잊어버리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 도전 과제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잠잘 때도 천원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서 천원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천원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가 내 성격처럼 잊어버렸다.

그냥 까먹을까 라는 생각도 했찌만 선생님께서 우리를 변화 시키시려고 주신 건데.. 어떡해..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하! 하지만 내 머릿속에 전구 하나가 불을 키며 나타났다.

영화에 나온 것 처럼 사람들에게 나눠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시 사람들에게 나눠줄까? 라는 걱정이 들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아하! 또 하나의 전구가 불을 키며 나타났다.

'그래!!! 은행에 보관하는거야!!'

결국 나는 부모님을 졸라 주말에 은행으로 갔다.

작년 사회책에서 배우길 천원 1장이라도 보관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아마도 한 회사 사장이 자신의 회사 직원들의 봉급을 줘야 하는데 돈이 부족할때 대출 신청을 해서 나의 천원을 가져갈지도 모른다.

돈을 맡겼는데 한 이모가 "정말 이것만 보관하겠니?"라고 물어보자 나는 자신감 있게 "네, 보관할건데요..."라고 대답하였다.

돈을 보관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걱정거리 하나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고민을 생기게 한 천원에게 고맙다!!!(성주)

 

*처음에 선생님이 천원을 나눠주실때 깜짝 놀랐다.

36명에게 천원씩을 모두 나눠주셨다.

그날 이후로 밥먹을때도, 씻을 때도, 잠잘때도..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천원이... 발달린 천원이 나를 쫒아오는 꿈을 꿨다.

으아아~~~~~

요놈의 천원땜시 진짜 한숨도 못자고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머리에 열이나는줄 알았다.

천원을 그냥 버릴까? 아님 까먹을까?

이럴까 저럴까 하다가 1주일이 지나갔다.

금요일 지하철에서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아저씨, 거지, 할머니, 노숙자... 와글 와글거리는 사람들... 그런데 지하철에 탔을때 어떤 아저씨가 회사원 아저씨가 자기의 딸이 병에 걸렸다고 (그 병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굉장히 위험한 병이었다.) 도와주라고, '제발 기도만이라도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이때 난 아주 깊게 생각했다.

'저 아저씨가 가짜일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됐다.

하지만 그 의심을 깨는 일이 있었다.

그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그 아저씨에게 천원을 드리고 기도를 해 드렸다.

다른 사람들도 돈을 내주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내게 의미 있는 일일까? (송)

 

*나는 이 천원을 가지고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썼다.

솔직히 난,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왠지 기분이 좋았다 말았다 했다.

나는 이 천원을 양심 지폐로 사람들이 지나 가는 곳에 놓아두었다.

처음엔 기대를 했었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더니 천원이 없어져버렸다.

난 '천원을 의미있게 쓰지 못했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근처 나무가지에 종이 같은게 있어서 보았다.

내가 그곳에 '양심지폐'라고 써놨는데 아직 그게 있었다.

일요일날 비가 와서 누가 옮겼나보다고 생각했다.

저녁이었다.

엄마가 심부름을 갖다 오라고 하셔서 지폐도 볼겸 갔는데 지폐가 없어졌다.

난 아직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양심이 부족한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의 6학년의 다른 형이 이 일을 한 것 같았다.

내가 4학년때의 일이다.

사실, 그 근처에서 내가 천원을 주웠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갔지만 양심이 걸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오늘에서야 깨달은것 같다. (현욱)

 

*아직 천원을 못썼다.

내가 자주 잊어버리는게 있어서 천원에 대한 생각을 자주 잊었다.

하지만 친구와 놀다가도, 잠자기 직전에도 문득 생각이 났다.

천원을 멀리 날려보내고 싶다.

만약 천원이 살아 있고 마음이 있다면 답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지갑 속에 갇혀 있고, 밖으로 나가더라도 통장으로 들어가거나 마트의 계산대 속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그러니까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날려보낼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천원을 발견해 보탬이 되도록.......... ♡

그러니까 천원을 바람이 불때 날려보낼꺼예요~~ (지윤)

 

*그 천원 한 장을 슬기롭게 아니, 의미있게 쓰기 위해 생각을 했다.

마침 음악을 듣고 있었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주신 문제를 풀려고 하던 순간, 계속 천원 생각이 나서 1번 문제 조차 풀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1번 문제도 안 풀었냐면서 나를 때리셨다.

정말로 억울한 것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맞았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공부시간에 천원을 생각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날밤, 화가 났다가 사라졌다가 머리가 후끈 거리고 잠이 오지 않았다.

병일까봐 어머니를 부를까 말까 하다가 결국엔 "엄마!"하고 불렀다.

그때 왠지 눈물이 나왔다.

나도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날밤 나는 베개가 반틈이나 젖도록 울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가장 좋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비록 천원이라는 한장을 쓰고 말았다.

그것은 포스트잇 한 장과 천원을 어머니 지갑 속에 넣어둔 것이다.

천원 그 한장을 그렇게 많이 생각해서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선생님이 내준 과제가 즐겁기도 하고, 추억이 될것이다. (우준)

 

*일주일 동안 천원에 대한 고민은 정말 심했다.

처음에 천원을 받았을때부터 '내가 왜 천원을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받기도 싫었다.

너무 간단하긴 하지만 반에 있는 유니세프에 넣고나 시내의 다리 없는 분들을 도와준다는 생각도,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생각만 잔뜩 내 머리 속에 꽉 차있었지만 차마 그 돈을 쓰지도 못했다.

이런 생각만 하는게 평소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천원을 끝내 못 썼다.

하지만 이 과제를 생각하면서 100원도 생각하면서 의미있게 쓰게될 것 같다. (선혁)

 

-----------------------------------------------------------------------------

 

(갈갈이쌤의 이야기)

 

정말 아이들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쉬는 시간이면 천원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하소연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때론 일기장에, 쪽지에 천원에 대한 고민을 남겨 놓고, 내가 해결해 주길 바라는 아이들.....

하지만 이 때 아니면 천원에 대한 고민은 언제 해 보겠냐며 생각도, 결정도 너희들이 하라고 답을 주지 않았다.

 

시간은 일 주일... 그리고 오늘 아이들의 고민을 읽었다.

약 세 부류로 나뉘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용한 아이들, 유니세프 등의 어려움을 돕는데 쓴 아이들, 끝내 쓰지 못하고 나에게 천원을 돌려준 아이들.....

그 가운데 몇 명은 정말 고민 끝에 자신들에게 정말 의미 있는 천원을 썼다고 생각되었다.

 

이 천원을 어디에 썼느냐가 중요하진 않았다.

이 천원 때문에 어떤 고민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내린 결론은 황당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다 훌륭한 결론들이라고 생각된다.

힘든 고민 끝에 내린, 자신들만의 해답이니까!!

 

사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고민의 연속인데 쉽게 살아가려는 나, 아이들,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번 기회라도 서로가 고민해볼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글처럼 아직 우리 삶 속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아직은 좋은 세상이라고...

 

아마 이런 과제를 때문에 '미친선생 아냐?'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뿌듯하다.

쉬지 않고 고민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참, 나의 천원은????

난 천원이 아닌 3만 6천원을 의미 있게 쓰지 않았는가!!

 

다음 봉급을 받으면 실과 시간과 연계해서 이 고민을 다시 한 번 이야기 나누고, 용돈 기입장을 선물로 줄까보다... ㅅ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