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교육 : 장애인의 날
운동회 추진 때문에 정신 없었지만 아이들과 꼭 해야할 수업.
그래서 짬을 내서 작년에 살레시오에서 했던 수업 틀을 그대로 가져오되 이야기 체험하기 형식으로 바꿔보기로 마음 먹었다.
같은 수업형태를 어등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토요일,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지식채널-e 에서 소개 된 시각장애자의 이야기를 담은 '어느 퇴근길' 영상으로 시작해 그 내용을 체험해 보고....
월요일.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소개 된 '눈꺼풀로 쓴 글'의 내용을 체험하기로 했다.
이런 체험활동을 통해
1. 장애인들이 갖는 어려움을 알아보고..
2. 장애인과 우리는 같은 사람이고, 우리도 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3. 장애를 극복하고 미래 진취적인 삶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과연 이 수업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과 함께 '어느 퇴근길'이란 영상을 시청했다.
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역에서 추락사고를 겪게 되는데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안전펜스를 설치해달라는 지하철 역 내의 모임을 다루고 있었다.
안타까운 죽음과,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영상이다.
아이들과 수업의 시작을 이 영상의 내용 가운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세상이 얼마나 불편한지, 그리고 그 느낌은 어떠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두 명씩 짝이 되어 한 쪽 복도 끝에서 끝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1부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의 소감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게 됐다. (ㅂㅎ)
*너무 무섭고 어디엔가 부딪혀서 다칠까봐 걱정되었다. (ㅈㅎ)
*처음엔 쉬울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아 너무 고생했다. (ㄷㅈ)
*무서웠다. 귀로만 듣고 손으로 만지며 앞으로 가는 게 너무 괴로웠다. (ㅇㅇ)
*친구랑 부딪혔다. 너무 아팠다.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ㅅㅈ)
*내 짝이 할 땐 재미있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안대를 쓰게 되자 두렵고 무서워졌다. (ㄱㅊ)
*복도를 걷는 건 만만해 보였다. 하지만 한 번 걸어보니 시각장애인들이 걷는 길이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됐다. (ㅇㅈ)
*자꾸만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데 친구가 잡아줘서 다행이었다. 장애인들의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이 이해가 된다. (ㅅㄹ)
*내 친할머니도 시각장애인이신데 앞이 안 보인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답답하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ㅁㅇ)
*안대를 벗는 순간 답답함이 뻥~ 뚫렸다!! (ㅅㅎ)
다행이다. 아직 2부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활동을 재미로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체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다.
한 번의 체험은 이벤트성 수업형태를 띄게 된다.
반 아이들에게 더 생각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월요일. 2부 수업이 계속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크게 선천적인 장애와 후천적인 장애의 차이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 체험하기'를 이용해 조금씩 변화를 줬다.
이 과정을 통해 장애인들은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신나게 길을 가던 우리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온 차로 인해 손을 잠깐 다치게 됐다.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간단히 색종이로 종이접기에 도전해 봤다. 하지만 아주 어려웠다!!
이번엔 두 손을 잠깐 다쳤다는 가정하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역시 너무 힘들었다.
이러한 체험을 거쳐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올해도 역시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영상 가운데 '눈꺼풀로 쓴 글'이란 영상을 고르게 됐는데...
눈꺼풀로 쓴 글
1995년,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편집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그의 이름을 장 도미니크 보비, 병마는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뇌와 신경체를 잇는 신경망이 끊어져 말할 수도 먹을 수도, 혼자 힘으로는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된 것입니다.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왼쪽 눈꺼풀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었지만 증세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싸움이 계속됐습니다..... (영상 멈춤)
이곳까지 함께 시청한 뒤, 이 내용을 응용한 '이야기 체험하기' 단계로 들어갔다.
영상보다는 직접 체험해 보는 게 주인공을 이해해 보는데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장 도미니크 보비'가 되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정말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들은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됐다.
신경망이 끊어져 한 쪽 눈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지금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눈을 깜박거리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ㅅㅎ)
"여러분은 어떤 도움이 필요합니까?"
*누군가 나를 일으켜 다른 곳을 보게 해 줬으면... (ㅈㅇ)
*용변을 보는 것과 음식을 먹는 도움 (ㅅㅎ)
*너무 외롭지 않게 누군가 이야기를 계속 해 주면 좋겠다. (ㅁㅇ)
*모기 물린 곳에 약을 발라줬으면.. (ㅇㄱ)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갈 것입니까?"
*아무 고통없이 남은 생을 살고 싶다. (ㅈㅇ)
*불편해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ㅅㅈ)
*그래도 가족들과 오래 오래 살고 싶다. (ㅅㅈ)
*계속해서 수술을 받아 되돌리고 싶다. (ㄱㅊ)
그러던 어느 날 병문안을 온 친구들이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처럼
눈을 깜박여서 의사소통하고 책도 써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습니다.
“쉬워, 쉽다니까…자넨 눈만 깜박이면 된다구!”
안 그래도 자신의 슬픔과 가족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서슴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며칠 뒤, 그와 눈꺼풀 대화를 나눌 대필자가 정해지고, 얼마나 걸릴지 가능은 한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문장을 마칠 때는 눈을 아예 감는 걸로 하죠.”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알파벳과 단어, 문장들을 자주 사용하는 순서대로
재배열한 뒤 눈 깜박이는 횟수를 정했습니다.
문장 하나를 만든 데 하룻밤을 꼬박 새기 일쑤인 고난의 작업.
“맞죠? 벌써 한 줄이나 썼네.”
눈이 충혈 되다 못해 경련이 일 지경이었지만 그는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여보, 오늘은 그만해요. 시간은 많잖아.”
충혈 된 눈에 약까지 넣어가며 눈꺼풀을 깜박거리는 사이 요령이 생기고 속도가
붙었습니다. “좋아요. 제목은 뭘로 하죠?”
마치 퍼즐이라도 풀 듯 그가 단어의 첫 글자만 깜박여도 나머지를 척척 맞출
정도였습니다.
“잠수복과 나비? 멋지다!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요!"
<잠수복과 나비>라는 제목의 책이 완성된 것은 1년 하고도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직장생활에 관한 진솔한 마음이 담긴 그 특별한 책은
단 열흘만에 17만 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 혼자서는 흐르는 눈물조차 닦을 수없던 남자는
1997년 3월 마침내 그를 가두고 있던 잠수복을 벗어던지고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하늘나라로 날아갔습니다.
2부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의 소감
*장애인에 대한 체험을 했다. 한 쪽 팔이 불편하다고 하고 종이접기를 했었는데 3분이면 접을 것을 접지 못해서 끙끙댔다. 다음은 양쪽 팔이 불편하다고 하고 그림 그리기... 꽃을 그렸는데 그리기는 커녕 연필을 입으로 물기도 힘들었다. 손을 쓰고 싶었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도미니크 보비처럼 눈꺼풀만 움직인 채로 누워있기는 정말 괴로웠고 답답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채로 글까지 썼다고?? 너무 놀랍다. 오늘 선생님이 이런 수업을 하신 이유는 뭘까?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이고, 장애인을 피하거나 차별하지 말고 장애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라는 뜻 같다. (ㅅㅎ)
*선입관을 먼저 가지고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 부터 그 사람의 겉모습을 판단한 우리들에게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까를 직접 장애인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ㅈㅇ)
*장애인은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 뿐이다. 앞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겠다. (ㅅㅈ)
*장애인과 우리는 모두 같다! (ㅇㅅ)
*나도 예비장애인? 앞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장도미니끄 처럼 되어 보니 잠깐 동안에도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장애인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ㅊㅇ)
*나 혼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편견을 가졌던 사람에 대해 입장바꿔 생각해 봐야겠다. (ㅂㅇ)
*눈꺼풀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놀라웠다.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ㄱㅅ)
*장도미니끄 보비는 부자였지만 교통사고로 왼쪽 눈만 깜박일 수 있다. 내가 장도미니크 처럼 되어보니 잠깐의 순간에도 너무 외롭고 답답하고 슬펐다. 내가 진짜 그렇게 된다면 가족들이 슬퍼해 줄까? 앞으론 장애인들을 꺼리기 보다는 아끼고 보살펴주고 싶다. 우리는 임미 예비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ㅁㅇ)
음... 이번 수업엔 수업 진행하는 동안 멘트가 부족한 듯 싶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냐는 물음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떠한 일이 있더래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고 싶었는데 올해는 이 부분이 좀 약하게 된 듯 했다.
그리고 역시 아이들의 특성이 약간 달랐다.
사고의 흐름에도 차이가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지........
아이들의 소감엔 기록하지 않았지만 '행복'에 초점을 두는 아이들이 많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젠 운동회도 끝났으니.. 아이들에게 특별한 수업을 자꾸 던져주고, 생각거리를 만들어 줘야겠다.
오늘보다 더 따뜻한 아이들이 되길 바라고, 삶을 독특하게 바라보길 바라며...
이야기 체험하기란?
*아이들과 함께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본다.
*주요 사건을 찾아본다.
*사건의 진행에 알맞게 문장을 만든다.
*교사가 읽어주는 문장에 맞게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표현이 끝난 뒤 느낌을 알아본다.
2006년 수업 : http://blog.daum.net/teacher-junho/1877329
지식채널-e : http://www.ebs.co.kr/homepage/jisike/index.asp
TV동화 행복한 세상 : http://www.kbs.co.kr/1tv/sisa/happytopia
이 외의 장애인의 날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
지식채널-e : 빛 1~2부, 스티비원더 1~2부,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