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맞이해 아이들과 함께 교육연극을 이용한 계기 수업을 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광주에 살고 있고, 아주 오래되지 않은 역사이기에 잠깐이나마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
수업은 다음 순서로 진행했다.
활동 순서
*파워포인트, 동영상 시청
*5.18 체험하기
*핫시팅
*이미지극
먼저 파워포인트를 감상했다.
광주광역시 교육청에서 '오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장학자료가 나왔는데 함께 보내준 CD엔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만들어진 파워포인트가 함께 들어 있다.
또한 '오월 이야기' 책 속에는 5.18에 관련된 여러 자료,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를 토대로 파워 포인트 중간 중간 더 쉽게 설명을 해 줬다.
아래는 파워포인트 중간 중간에 나왔던 동영상이다.
도청 앞에 모여 있는 광주 시민
군인들은 도청 앞의 시민들에게 10여분 동안 총을 쐈다.
창문의 총알자국을 보라...
노래 하는 군인들
동영상을 본 뒤, '이야기 극화'(교사가 이야기 하면 그 이야기 내용에 맞게 즉흥 표현 하는 것)라는 교육 연극 기법을 이용해 5.18을 교실 속에서 체험해 봤다.
동영상 가운데 아이들에게 시민들이 도청에 모여서 군인들과 충돌하는 것과 힘없이 총에 맞는 것 등이 인상 깊게 작용하는 것 같아 몇 개만 추려서 실제로 해 보자고 했다.
장면을 설명해주고, 아이들은 그 것을 듣고 즉흥적으로 표현해 봤다.
이런 체험 중간 중간에 아이들을 멈춰놓고, 인터뷰 기법(마이크를 가져다대면 주인공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기법)을 통해 총을 겨눠야 하는 군인, 힘없이 맞았던 시민, 그것을 지켜본 시민 등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맞아야 하는 아픔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하기 싫었지만 명령에 따라 총을 겨눠야 하는 군인들의 속 마음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야기 극화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중략..
이 과정 중에 한 시민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에 시민들은 분노한다.
그리고 겁에 질린 시민들은 자신의 고장을 지키려고 다짐한다.
중략..
여기까지 체험을 해 보고, 주인공들의 부족한 속 이야기를 알아보기 위해 핫시팅(주인공을 의자에 불러와 궁금함을 물어보는 기법)을 이용해 인터뷰를 해 봤다.
작년 수업 땐, 전두환 대통령과의 인터뷰도 했지만 올해는 죽은 시민과 시위 진압을 했던 군인만 인터뷰를 하게 됐다.
총에 맞았을때 기분은 어땠는지, 자신을 쏜 군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들...
왜 죽이라는 명령에 따라야만 했는지, 명령을 내렸던 사람이 누군지 등에 대한 질문들..
이런 질문들을 아이들이 생각하고, 앞에 나온 아이는 자신이 시민, 군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답을 했다.
약간 부족한 부분은 내가 '오월 이야기'에 나온 책 내용을 토대로 간단히 설명해 줬다.
죽은 시민, 시민을 때린 군인을 불러다 놓고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여기까지 시민과 군인들이 모두 마음이 아팠겠다는 것이 부수적인 목표임.)
---------------------------------------------------------------------------------
마지막으로 이미지극을 이용해 봤다.
이미지극이란 아우구스또 보알이 사용했던 것인데 정지동작으로 이미지를 완성하면 그 이미지를 이상적인(갈등해소) 이미지로 바꿔보는 것이다.
좋지 않은 5.18에 대한 기억을 지금이라도 화합의 이미지로 바꿔보자고 했다.
처음, 5.18관련 영상을 보고 한 사람씩 나와 조각을 만들어 봤다.
한 사람이 만든 조각에 어울리게 다음 사람이 나와 조각하는 순서로 커다란 조각을 만들어봤다.
그 다음 그 조각들을 한 사람씩 나와 바꿔보게 했다.
이미지극 진행은 아래와 같다.
한 사람씩 나와 만든 대형 조각상
고통받는 시민과 괴롭히는 군인들을 꾸몄다.
시민보다 군인들을 더 많이 만들고 있는 반 아이들.
이 이미지를 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바꿔보라고 했다.
↓
시민과 군인이 하나 되어 캉캉춤을 추는 이미지로 변했다.
위의 이미지에 응용해 '사랑해'라는 군인들이 이곳 저곳에 조각되었다.
하나의 꽃처럼, 시민과 군인들이 밝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반응)
*이렇게 끔찍한 일이 광주에서 일어났다니......
잘못없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리다니 너무나 끔찍하다.
전두환대통령은 무기징역이라면서 왜 풀렸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ㅎㄹ)
*5.18프로그램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마치 일본이 우리를 침략했던 모습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나라 사람끼리 싸우면 어떡해?
정말 실망이다.
어제 엄마에게 "왜 전두환 전대통령은 광주를 싫어해요?"라고 물어봤다.
엄마는 "전두환이 정치를 잘못했는데 그때마다 데모를 해. 그래서 화난거지."
이 일은 광주가 잘못한 일일까, 아니면 전두환이 잘못한 것일까?
우리도 잘못한 일이 있긴 하지만 전두환이 더 잘못한 것 같다. (ㅈㅇ)
*5.18때 태어나지 않은게 다행이다.
그런데 오래 전이라 다행인데 아버지도 살아계셔서 더 다행이다.
아버지는 61년생인데 아버지 친구들이 아버지를 보호해 주셨다고 했다. (ㄷㅎ)
*나는 조각을 만들때 억압받는 광주 시민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모양은 맞고 있던 시민을 구해주는 것이다.
우리 아빠도 그 당시에 29세쯤 되셨다.
그때 다행하게도 도청에서 일하지 않으셨다.
맞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나는 오늘로써 민주평화가 될 수 있게 노력하는 ㅇㅇ으로 새로워졌다! (ㅇㅇ)
*다큐멘타리는 정말 잔인하였다.
군인들의 억압 때문에 많은 광주 시민들이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간접적으로 체험해 봐서 민주화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느낌을 잘 모른다.
몽둥이로 때리고, 10분동안 총으로 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가!
그때 군인들은 정말... 정말... 나쁘다.
같은 대학생이면서도 죽이다니... 명령에 따를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명령을 어기면 자신도 죽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죽였다.
5.18은 광주 시민들에게 길이 길이 가슴에 남는다. (ㅅㅈ)
*선생님과 함께 5.18에 관련된 놀이를 해 봤다.
나는 시민들을 맡았다.
진짜 내가 시민이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다만 학교에 가고 싶다고 데모를 했는데 말로 하면 좋을 것을 총으로 쏙, 몽둥이로 때리니 화가 안날수가 없었다.
신문지로 맞아도 아팠는데, 진짜로는 얼마나 아팠을가?
5.18은 우리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내가 그것을 잘 모르는 것이 정말 창피했다.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ㅇㅇ)
*내가 몽둥이로 시민들을 때리는 계엄군이 되었는데.. 몽둥이로 시민들을 때릴 땐 처음엔 장난으로 때리기 시작했는데, 점점 소리를 지르고 슬퍼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약해졌다.
나중엔 때리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때렸다.
미안하다.(ㅎㅈ)
(갈갈이쌤의 이야기)
5월 18일.
광주에 사는 우리들에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있는 기념일이다.
교육청에서 배부한 '오월 이야기'의 내용에 벗어나지 않게 나름대로의 수업을 만들어 봤다.
수업 마지막은 '화합'으로 마쳤으나, 개인적으로 그 당시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여러 기법을 통해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시민들도 군인들도 모두 괴로웠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생각과 느낌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해 봐야 하건만, 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이유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도 5.18의 깊은 내막에 대해 잘 모른다.
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교사일 뿐이고 5월이 되어서야 5.18을 떠올리는 광주 시민일 뿐이다.
잘 모르면서 5.18에 대해 수업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책, 영상을 통해 조금씩 조각이 맞춰진다.
아이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각자의 눈으로 바라본 5.18. 그리고 그 아이들의 생각은 날 깜짝 놀라게 만든다.
내가 말해주지 않은 것, 생각지 못한 것들까지 아이들은 깊게 사고하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궁금한 아이들은 찾고, 알아갈 것이라 믿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념일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일이다.
이런 체험을 재미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래 전 광주 시민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봤으면 한다.
----------------------------------------------------------------------
이 수업은..
5.18 체험 도중엔 시민들과 군인들 모두가 마음이 아팠겠다는 것이 부수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체험 활동보다, 마지막 부분에 행해졌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화합의 이미지로 바꿔보는 것이 주된 목표였습니다. (2006.05.20)
'학교·교실·수업 > 수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육연극-수업 연구) 도덕 :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는지 반성 (0) | 2006.06.07 |
---|---|
(교육연극-수업 연구) 학부모초청수업 : 마음으로 대화하기 (0) | 2006.05.26 |
(교육연극-수업 연구) 도덕 :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 (0) | 2006.05.12 |
(교육연극-수업 연구) 도덕 : 공경하는 생활 실천하기 (0) | 2006.05.10 |
(교육연극-수업 연구) 읽기 : 인물의 삶을 비교하며 글 읽기 (0) | 200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