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도덕책과 생활의 길잡이에 나온 여러 예화 가운데 '빈 터'라는 글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활동해 보기로 했다.
아침, 짬 시간에 간단히 만든 대본을 아이들에게 주고 20분 동안 마음껏 연습 보라고 한 뒤, 수업이 시작된 뒤 공연을 잠깐 봤다.
내가 지도를 하지 않은 탓인지 내 의도와는 달리 흘러갔지만 그래도 수업하기엔 무리 없었다.
큰 집으로 이사온 하영이네
이튿날, 하영이네 가족이 빈터를 일구고 있는데 찾아온 아주머니들
땅 주인도 생각해 달라는 삼촌
동네 아이들을 위해 일 년간만 빈터로 두자는 반장님과 아주머니
아이들끼리 20분간 만든 연극이라... 급격히 서로 싸우게 됐지만..
그래도 충분히 반아이들이 서로 논의할 수 있었으며, 내가 연극이 끝난 뒤, 정리를 해 줬다.
이 간단한 연극을 보고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과연 내가 땅 주인이라면 어떻게 결정 할 것인가!!
36명 아이들 중, 무려 25명이란 아이들이 동네 아이들에게 놀이터로 땅을 내준다는 것 보다는 땅의 권리를 찾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3명의 아이들은 빈터를 놀이터로 내 준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아마 나머지 아이들은 중립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놀 공간에 대한 것이라면 놀이터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시간의 목표는 '공공의 이익이 중요한 까닭을 알아보자'는 것인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런 것은 말로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아이들을 '빈 터' 이야기의 상황 속으로 데려 왔다.
교실 중간의 공간을 '빈터'로 가정하고 가까이에 앉아 있던 아이들을 동네 아이들로, 그리고 바깥쪽의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로 설정했다.
하영이네가 이사 오기 전 빈터에서 놀게 즉흥활동을 시켜봤다.
교실 중앙을 빈 공터로 생각하고 노는 아이들
그러다가 하영이네가 이사온 뒤, 빈 공터에서 놀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봤다.
빈 공터는 그대로 있고, 책상 위를 도로, 공사장 근처로 설정했다.
조금 전 처럼 함께 모여 놀기도 힘들고, 노는 것도 위험해 졌다.
위험하면 사고가 나게 되있다.
그래서 한 아이가 놀다가 다쳤다고 설정을 했더니 아이들이 다친 아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놀 곳이 없어 위험한 상황을 책상 위로 대신 설정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너무 과하게 놀지는 못하게 했다.
놀다가 다친 아이, 그리고 몰려든 아이들
여기까지 활동을 하고 아이역을 맡은 아이들에게 현재의 생각과 활동 소감을 물어봤다.
그러자 공터에서 놀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빈 터 주인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을 지켜보던 동네 어른들도 아이들이 다치니까 화가 나 있었다.
이 활동 뒤에 여러 사람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됨을 알게 하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 물어보니 처음 보다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개인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아이들이 8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빈 터를 놀이터로 줬을 때'와 '빈 터에 채소를 가꿨을 때'로 나눈 뒤, 각기 좋은 점을 이야기 해 보기로 했다.
주인이 빈터에 채소를 가꾸게 된다면 땅의 권리를 갖게 되고, 자유롭게 땅을 쓸 수 있고, 동네 아이들이 없어서 조용해 진다는 장점과 동네 사람들에게 욕 먹고, 하영이가 왕따가 될 수 있으며, 동네 생활이 불편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아이들은 이야기 한다.
주인이 동네 아이들에게 빈 터를 놀이터로 준다면 아이들이 안전해지고, 즐거워지며, 동네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지고, 그 모습을 보는 땅 주인도 흐뭇해지며, 하영이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좀 시끄러워지고, 일 년간 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