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흔들기(10) Slow~ Slow~
[학급경영/집단상담/세상보기]
1. 느림의 미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아이들을 지켜보면 '빨리 빨리'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곤 한다.
나와 여러 어른들도 같겠지만... 아이들을 완성시키는데 많은 작용을 하는 교사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가끔 '빨리'보다는 '느림'에 대한 여러 생각거리들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에 아주 급하게 밥을 입 안에 몰아넣고, 뛰어나가는 아이들...
시험문제를 풀때면 빨리 풀고 자랑스러워 하다가도 실수로 틀린 문제를 보면서 아쉬워 하는 아이들..
함께 토의하고 만들어야 하는 친구들과의 활동 속에서 쉽게 지치고, 조급한 마음에 친구를 상처주는 아이들..
학원일정에 급하게 편의점에서 김밥을 몰아넣고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난 가끔 학교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빨리'에 관련된 많은 것들로 인해 어깨가 뻑뻑하게 뭉치는 것을 경험..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보면 내 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집에서도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경험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진을 오래 찍으면서 경험했던 느리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몇 년간 배웠던 여러 치료와 치유작업들 속에서 '천천히'에 대한 많은 통찰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
여러 생각들을 하다가 몇 개의 놀이가 떠올랐다.
빨리하면 더 실패하게 되는 균형과 마음의 안정이 중요한 놀이들을 잘 이용하면 아이들에게 '느림'에 대해 잘 이해시키고..
보다 내가 생각하는 목표에 즐겁게.. 그리고 보다 깊게 다가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가지 활동을 준비했다.
[Slow~ Slow~ 활동방법]
*미스코리아처럼 *짝과 함께 *나누기 |
2. 미스코리아처럼..
이 활동은 책을 머리 위에 올리고 걷기도 하고, 달려야 하는 활동이다.
팀별로 릴레이를 하는데, 결과를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에 빨리 걷거나 달리면 머리 위의 책이 떨어지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굉장한 균형감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활동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머리 위에 올리고 음악에 맞춰 잠깐 걸을 수 있게 했다.
어느정도 빨리 걸을 수 있는지 스스로를 판단하고, 어느 정도의 균형감과 집중력이 필요한지 살펴보게 했다.
그리고 팀을 두 개로 나누고 본격적인 활동에 대한 설명을 했다.
머리 위에 책을 올리고 걸어가서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는데, 책이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에게 보다 큰 통찰을 주기 위해서 남자와 여자의 대결구도로 시작했다.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들, 머리 위로 눈동자를 올리며 집중하는 아이들.
하지만 몇 명의 아이들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때문인지 굉장히 조급한 마음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이 바닥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졌다.
그럴 때면 실패한 친구에게 비난을 던지고, 실망감을 비추는 아이들.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인내하면서 바라보고 아이들이 한 경기를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던진 이야기...
선생님이 평소에 하지 않던 경쟁구도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너희들에게 뭔가 더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인데...
이 활동은 아무래도 조금만 실수하면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단다.
이런 활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누구나 실수할 수밖에 없는데...
친구가 실수할 때 너희들은 어떤 눈과 말로 바라보고 있었니?
너희들의 눈과 말은 곧, 너희들이 바라보는 인생관과 같단다.
실수가 있을 때, 비난과 찡그림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만들어 주는 그러한 마음이 너희들 안에 자리잡고 있니..
아니면 괜찮다며 격려해주고, 다독여주면서 친구에게 믿음과 뭉클함을 만들어 주는 그런 마음이 자리잡고 있니..
선생님은 너희들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너희 안에 자리잡고 있는 더 많은 것들을 본단다.
자, 다시 한 번 경기를 진행할텐데 어떻게 참여하느냐는 너희들 자유란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다른 모습을 보면 좋겠구나.
다시 시작된 경기는 달랐다.
서로 격려해주고, 응원하면서 훨씬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생기있음을 보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 또한 더 커졌다.
활동이 끝나고....
선생님이 왜 이런 활동을 했을까?
책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상황은 무엇 때문일까?
이 활동 속에서 너희들은 무엇을 알게 됐니?
아이들은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앞의 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지 '믿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찾아낸 여러 느낌과 통찰들에 대해 칭찬을 해 주고 내 이야기를 진행했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바라볼 때면 '빨리 빨리' 안에서 상처받는 것을 가끔 보곤 한단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길을 가다 피어있는 꽃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는...
세상의 아름다움 속에서 감동받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발견하기가 참 힘들구나.
이 놀이는... 재미있게 교실에서 친구들과 경쟁을 하는 것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단다.
빨리, 이기려는 생각으로 반환점을 돌려다 보면 책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겼던 것처럼...
너희가 세상을 이기기 위해 빨리 달려가는 것, 삶을 매번 달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활동이란다.
네 자신을 믿고, 보다 안정적으로, 보다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다보면...
책을 머리에서 떨어뜨린 것과 비슷한 여러 상황들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잠깐의 활동이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
3. 짝과 함께..
한 가지 활동을 더 나갔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이라는게 혼자가 아닌 여럿이고..
함께 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깊은 생각거리들을 나눠주고 싶었다.
이번엔 두 명씩 짝이 되어 서로의 볼과 볼 사이에 책을 두고...
두 손을 뒤로 한 채 반환점을 돌아오게 했다.
역시, 중간에 책이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힘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혼자만 힘을 주는 것보다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활동이다.
나중엔 엉덩이와 엉덩이, 머리와 머리 등으로 발전을 시키면서 재미를 늘려가면서 보다 균형감이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이 활동에 대해 환호를 지르며 참여했다.
내가 배경으로 사용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하고, 서로를 더 믿고 의지하면서 활동 속에 참여했다.
엉덩이와 엉덩이 사이에서 떨어지는 책을 보면서 우리는 함께 웃기도 하고...
머리와 머리 사이에 책을 넣고 춤을 추다(오버하다) 책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또 한 번 웃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만들어 갔다.
역시 활동이 끝나고, 승부에 대한 놀이가 아니라 생각이 담긴 활동임을 강조하고 왜 이런 놀이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아이들은 협동과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역시 아이들이 찾은 느낌과 통찰에 대해 칭찬을 하고 내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생님이 이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역시 '느림'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면 하는 마음도 있단다.
우린 서로를 상처주고, 상대방보다 더 잘되야 된다는 생각에 혼자 열심히 뛰어가곤 한단다.
행복이란 것도, 슬픔이라는 것도 모두 관계 속에서 생기는데...
혼자 잘 할 수 있는 것도 틀림없이 있지만, 많은 것들은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단다.
그리고 함께 해야지.. 두 명 가운데 한 명만 힘을 세게 줘도 책은 떨어진단다.
그리고 한 명이 힘을 주지 않아도 책은 떨어지지....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올 수 없어.
삶 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많이 발생한단다.
내가 이야기 해 주는 것 외에도 더 많은 의미들을 찾아내면 좋겠구나.
4. 나눔.
교실 안을 정돈하고..
음악을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 뒤..
이 활동으로 느끼게 된 많은 것들을 나눠보게 했다.
아이들이 찾아낸 것들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아이들의 소감]
빠르게만 살던 우리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살아라는 이 활동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ㅈㅇ) 너무 재미있었다.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처음엔 발동했다. 실패를 할 때면 짜증이 났지만, 나중엔 서로 괜찮다고 하면서 하다보니 더 잘되었다. 차분하게 하려다 보니 더 잘 되는 것도 느꼈다. (ㅁㅅ) 빨리 하려다보니 자꾸 실수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겠다. (ㅈㅇ)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느린행동의 장점을 알 수 있었다. (ㅇㅍ) 괜찮아, 할 수 있어!! (ㅈㅇ) 활동에 이겨도 보상을 준다는 말도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몰입했다. 자꾸 실패했을 때, 친구들이 괜찮다고 천천히 하라고 격려해 줬다. 천천히 걸어봤더니 성공했다. 인생도 이와 같을 것이다. (ㅁㅎ) 우리가 사는 사회는 협력보다는 경쟁이다. 옆에서 친구들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격려와 배려, 그리고 천천히는 결과를 좋게 했다. 사회와 내 개인적인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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